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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교수 67명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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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대학 전체 교수 선언은 처음, “교수들이 침묵할 수 없어”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단호히 반대한다.”


경상대학교(국립) 교수들이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다. 김준형(역사교육) 교수 등 67명은 11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경상대 교수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부산경남지역에서 역사 관련 학과 교수들이 ‘반대 입장’을 낸 대학은 있지만, 대학에서 역사 관련 학과가 아닌 교수들까지 참여해 선언하기는 경상대가 처음이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상대학교 김준형 교수를 포함한 교수 67명은 11일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박정희정권 때 만들었던 국정교과서 표지와 ‘통일주체국민회의’에 대해 설명해 놓은 단락. ⓒ 윤성효

김준형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는 당·정·청이 합세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온갖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며 “오늘 당?정이 최종적으로 일정을 논의하여 금주 초에 발표할 것으로 예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전국적으로 역사관련 학계나 학생들, 시민사회 단체가 나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러 대학교의 교수님들도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대 교수들도 침묵만 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난주 일부 뜻있는 교수들이 모여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여기에는 67명의 교수들이 참여해 주셨다”고 밝혔다.

ㅊ교수들은 선언문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상대의 뜻있는 교수들도 이에 동참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경상대학교 교수 선언문’ 전문과 참여 교수 명단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단호히 반대한다


바람직한 역사교육은 학생들을 과거와 현 사회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판적 역사의식을 가지고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사회 구성원으로 키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인간이 살아왔던 역사과정을 폭넓게 접하고 이를 다양하게 탐구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가도록 함으로써, 특정 역사 사실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인정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판단,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기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시도에는 국가 권력이나 특정 세력이 자기 입장에서 선택된 역사적 사실과 논리만 진리라고 강조하는 교과서를 학생들이나 교사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짙게 배어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특정 학자들의 편파적인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중립적 입장에서 객관적인 역사만 담아내는 교과서를 책임지고 만들어 내겠다고 장담하지만, 이를 믿을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의 역사과정에서 생생하게 겪었던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해방 후 검정제로 유지되어 오던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는 유신체제가 형성되면서 갑자기 국정체제로 전환되었다. 독재체제로 악명높았던 유신체제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당시에도 당국에서는 권위있는 학자들에게 위촉하여 객관적인 사실들을 담은 역사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우리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유신 시대 독재 권력의 산물인 한국사 국정교과서 체제는 2007년에 와서야 한국 사회의 민주화, 교육 민주화의 값진 성과로 검정제로 바뀌었다. 여기에는 많은 양식있는 지식인들과 역사학자, 역사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이런 검정제가 시행된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다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는 것은, 민주화의 성과를 부정하고 독재시대로 회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정화와 관련하여 현재 정부 당국과 여당 및 이에 편승하고 있는 일부 학자들의 발언을 보면, 맹목적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우며 국민들을 몰아가던 옛 독재체제의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광기가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13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를 통해 정치적 외압이 검정제를 뒤틀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심각한 사태를 목도하였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지원했던 정치 세력들은 교육현장에 자신들의 의도가 먹혀들지 않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새로 제기하며 역사교육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틀어쥐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여러 역경을 딛고 민주화를 이루어 왔고 경제적으로도 다른 선진국에 못지 않은 단계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역사교육에서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질 좋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수행해 나가도록 맡겨져야 한다. 현재 선진국의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는 검정제와 인정제를 넘어 자유발행제로 가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표방하고 있지 않은가? 선진국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역사교육은 반대로 문제많은 옛 국정체제로 되돌아간다면, 우리의 교육은 세계적으로 조롱거리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상대학교의 뜻있는 교수들도 이에 동참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15년 10월 11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경상대 교수 일동(67명) : 강길중, 강수택, 강호신, 곽상진, 권오현, 기근도, 김광일, 김달곤, 김상환, 김수현, 김영석, 김윤수, 김장락, 김제정, 김준형, 김중섭, 김진은, 김철환, 김해영, 김현수, 남궁술, 박기수, 박용식, 박재흥, 박종수, 박종철, 박종현, 배은영, 배인규, 손영관, 신종훈, 안미정, 오윤식, 윤경진, 윤석주, 이강영, 이병준, 이성호, 이시원, 이신용, 이심성, 이재술, 이전, 이종진, 이종호, 이춘우, 장상환, 장시광, 장원철, 정기수, 정배권, 정백근, 정성진, 정우식, 정재훈, 정진상, 조영제, 조우영, 차영길, 채혜연, 최광수, 최상한, 최석기, 최종표, 최태룡, 황갑진, 황의열

<2015-10-1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경상대 교수 67명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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