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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도 국정교과서 논쟁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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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안국동사거리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거부 청소년 행동’ 소속 청소년들이 국정교과서의 내용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정부청사 앞 까지 행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1일 국정교과서 반대 행진, “정치에 따라 흔들릴 국정 교과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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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국정교과서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 중고생 10여명은 11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해치고 역사를 왜곡할 국정 교과서를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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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논란에 뿔난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왔다.

중간고사를 코앞에 둔 평범한 중·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나온 이유는 하나였다. 본인들이 공부할 역사 교과서가 왜곡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안국역 앞. 15도를 웃도는 쌀쌀한 날씨에 가을비까지 내리는 탓에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가운데 앳된 청소년 10여 명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 남학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타내는 군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독재가 잘못됐다는 게 좌편향”이란 피켓을 들고 있었다.

또 한 학생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모습을 하고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묘사했다. 여학생 몇몇은 유관순 열사를 표현하는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곱게 땋고 있었다.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한 학생들은 황 장관과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거부’를 외쳤고, 국정교과서가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시민들 앞에서 보였다. 퍼포먼스를 주최한 청소년들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거부한다”면서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인사동 거리를 거쳐 정부종합청사까지 행진했다.


“역사는 없는 걸 만들 순 없지만, 있는 걸 없애거나 왜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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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국정교과서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거부한다”면서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인사동 거리를 거쳐 정부종합청사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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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권혁주(15)군은 역사교사인 아버지와 국정 교과서를 두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군은 “아버지가 ‘역사는 없는 걸 만들 순 없지만, 있는 걸 없애거나 왜곡할 순 있다’고 하셨다”면서 “우리가 배울 교과서에서 친일, 독재는 없애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일파가 잘한 일만 쓸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 역사 교과서를 쓰게 되면 대통령이 바뀌는 5년마다 내용이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믿게 될 뿐 아니라, 바뀐 역사를 배우는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나이들면 결국 똑같은 실수 반복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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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국정교과서 거부하는 청소년 모임’ 중 한 남학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타내는 군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독재가 잘못됐다는 것은 좌 편향”이란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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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고등학교 2학년인 이혜민(18) 양도 “학교에서 시사 이슈 탐구 시간에 국정교과서를 두고 토론했는데 거의 모든 학생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양은 “역사는 국가의 기반이 되는 것이고, 역사를 배우는 목적도 제대로 배워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라면서 “역사 교과서에 ‘의의와 한계’가 꼭 적혀 있는데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한 정치적으로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우리가 배우게 되면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그걸 배우고 자란 우리가 나중에 정치를 하거나 세상을 이끌어 갈 나이가 되면 문제가 된다,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 양은 국정교과서가 현실화되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왔던 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왔던 일들을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치우친 평가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내용은 지금도 구체적으로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지 않은 편인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 씨의 위안부 발언만 봐도 (교과서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양은 기자에게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기사에 꼭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어른들이 꼭 새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2일 전교조도 청와대 앞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


중고생들로 구성된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 반대와 거부운동을 지속해서 펼쳐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재 교과서는 좌편향 집필진이 쓴 좌편향 교과서이다’, ‘학생들이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국정교과서야말로 편향교과서”이라며 “학생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해치고 역사를 왜곡할 국정교과서를 거부한다”면서 11월 3일 학생의 날까지 교육부의 국정화 결정을 저지하는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단체가 연대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배후 청와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2015-10-1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청소년들도 국정교과서 논쟁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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