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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역사학도 “국정화는 ‘신화’를 역사로 대체하겠다는 헛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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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청년연대, 흥사단 전국청년위원회 등 청년단체 소속 청년·학생들이 11일 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친일미화·독재미화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집회’에서 ‘어디서 감히 역사를 바꿔!’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면 철회와 집필 독립성 보장 요구


전국 역사교육과와 역사 관련 학과 학생들이 “역사는 특정한 세력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면 철회와 역사 교과서 집필의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60개 대학 역사 전공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 및 철회 요구 역사학도 긴급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는 전국 23개 대학 역사교육과와 36개 역사 관련 학과 학생회, 그리고 대학원 1곳의 재학생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역사 교과서 서술이란 정권의 일방적인 지침과 통제로부터 벗어난, 집필자들의 양심과 자율에 따라야 마땅하다.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는 바로 과거 국정 교과서 체제가 남겼던 역사 왜곡과 일방적 서술 등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마저도 교과서 집필진이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서술하게 만들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다시 국정으로 되돌리는 것은 교과서 제도를 퇴보 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1974년 유신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국정 교과서가 도입 된 이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배제하고 한 가지 종류의 역사해석을 강요하는 폐단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특히나 유신 및 제5공화국 정권에서 독재와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당시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악용한 전례가 있다”며, 다시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역사학계 전체를 특정 정치논리에 종속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좌파세력이 준동해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준다’며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역사학도들은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의 검정 체제에 대한 철저한 무지일 뿐 아니라 역사라는 학문에 대한 심각한 이해의 부족을 입증할 뿐”이라며 “특정한 이념이나 신앙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며 권력의 행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이미 역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역사학계에서 그간 비판적으로 재구성해온 한국 현대사를 ‘자학사관’으로 매도해왔다. 이는 자신들의 뿌리가 되는 역대 정권에 대하여, 사실에 근거한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속좁음이며, 사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잣대와 유불리에 근거한 ‘신화’를 역사로 대체하겠다는 헛된 노력일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끝으로 “‘하나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도록 강요받은 역사가는 학자가 아닌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며, 역사학도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역사 서술이 정치권의 손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규탄 및 철회를 요구하는 역사학도(학부생,대학원생,졸업생) 긴급 공동선언 전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규탄 및 철회를 요구하는 역사학도 긴급 공동선언> 

오늘 우리는 역사 및 역사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로서 그리고 이 시대의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정부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단호히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무릇 역사는 특정한 세력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권력의 요구에 따라 편집되는 것도 아니다 하물며 역사 교과서 서술이란 정권의 일방적인 지침과 통제로부터 벗어난, 집필자들의 양심과 자율에 따라야 마땅하다. 현행 교과서 검정 제도는 바로 과거 국정 교과서 체제가 남겼던 역사 왜곡과 일방적 서술 등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 마저도 교과서 집필진이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서술하게 만들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다시 국정으로 되돌리는 것은 교과서 제도를 퇴보 시키는 것이다.

1974년 유신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국정 교과서가 도입 된 이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배제하고 한 가지 종류의 역사해석을 강요하는 폐단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특히나 유신 및 제5공화국 정권에서 독재와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당시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악용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 다시 국정교과서인가.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어리석음을 어찌 역사 교과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단 말인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현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역사학계 전체를 특정 정치논리에 종속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당 당대표가 ‘좌파세력이 준동하여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준다’며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언급한 한국의 검정 체제에 대한 철저한 무지일 뿐 아니라 역사라는 학문에 대한 심각한 이해의 부족을 입증할 뿐이다. 역사가는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과 자료에 기반하여 과거, 그 시대를 해석하는 이들이다. 특정한 이념이나 신앙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며 권력의 행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이미 역사가 아니다.


현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역사학계에서 그간 비판적으로 재구성해온 한국 현대사를 ‘자학사관’으로 매도해왔다. 이는 자신들의 뿌리가 되는 역대 정권에 대하여, 사실에 근거한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속좁음이며, 사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잣대와 유불리에 근거한 ‘신화’를 역사로 대체하겠다는 헛된 노력일 따름이다.


역사의 본질은 과거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이다. ‘하나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도록 강요받은 역사가는 학자가 아닌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우리는 2015년을 살아가는 역사학도로서 그리고 역사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우리의 사명과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 서술이 정치권의 손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하나.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전면 철회하라

하나. 역사 교과서 집필의 독립성을 보장하라

2015년 10월 12일
역사학도 선언


연명 단위 66개
역사관련 학과(학부)

(가나다 순)강릉원주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고려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 고려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학생회/ 군산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경기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경북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경성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경희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단국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동국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 동국대학교 국사학과 학생회/ 동국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동덕여대학교 국사학과 학생회/ 대진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부 역사전공 학생회/ 목포대학교 고고학과 학생회/ 목포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부산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공명반 학생회/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새날반 학생회/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학생회/ 서울여자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성신여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학생회/ 수원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순천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아주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이화여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인제대학교 역사고고학과 학생회/ 인하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전남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창원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학생회/ 충북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 충북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한림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 학생회 (전국 40개 역사관련 학과 학생회)


<전국 역사교육과 학생회 연석회의>
(가나다 순)강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경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경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서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신라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원광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학생회(역사교육전공)/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전남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전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총신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한남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전국 23개 대학 사범대 역사교육과 학생회)
역사관련 학과(대학원)
연세대학교 대학원 한국사학회 /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재학생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재학생 (3개 대학원생 단위)


개인연명
학부생 1086명 대학원생 104명 졸업생 801명 총 1991명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2015-10-12> 한겨레

☞기사원문: 전국 역사학도 “국정화는 ‘신화’를 역사로 대체하겠다는 헛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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