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민단체들, 청와대에 <한국사> 국정화 반대 시민 7만명 서명 전달
▲ 학부모·교수·학생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공식 발표하기로 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오늘 정부가 끝내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독재국가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 정형화 시키는 교과서 국정화가 다원성,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론을 무시하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원로 교수를 비롯한 시민, 학생, 교사, 학부모 각계 각층 68,428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서명한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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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조’ ‘민’ ‘주’ ‘주’ ‘의’
‘근’ ‘조’ ‘역’ ‘사’ ‘교’ ‘육’
각각의 글자에 영정을 씌운 팻말이 카메라 앞에 섰다. 12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시민, 독립 운동가 후손, 학생 등이 참여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이날 오후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시작 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에 1200개 단체 총 6만8428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오늘 오후 2시 끝내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겠다고 한다”면서 “만약 오늘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독재 국가라는 것을 밝히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국정화 교과서 추진한 자들, 모두 시대의 반역자로 기록될 것”
▲ 학부모·교수·학생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공식 발표하기로 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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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 교과서로 친일독재 교육하란 말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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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가장 큰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물었다. 그는 “가장 첫째(책임)는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면서 “그 하수인은 바로 교육부 장관이고 국사편찬위원장이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줄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화 교과서를 추진한 사람) 모두 시대의 반역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발표한다고 했지만 기정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끝까지 역사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 운동가 후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성토의 목소리를 더했다. 차리석 임시정부 국무위원의 후손인 차영조 선생은 “(국정화는) 항일 독립 운동 역사를 지우고 그 자리에 친일을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독일 정부의 역사적 반성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과거 반성은커녕 오히려 친일과 5·16 쿠데타를 미화하려고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검은 넥타이에 상복을 입고 발언에 참여한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처음 상복을 입었다”면서 “미래 세대는 2015년 10월 12일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민주주가 죽은 날이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권력의 역사는 유한하지만 역사와 민주주의는 무한하다, (역사 교과서) 국정제가 사망 신고할 날이 오리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서서도 계속 눈물이 난다. 우리 아이들을 제발 권력의 놀잇감으로 삼지 말아 달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은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위원장은 자랑스러운 역사만이 아닌 부끄러운 역사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 역사가 자랑스럽기만 한가”라고 반문하면서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교육하는 것이다.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이 독립 운동 역사를 축소하고 친일을 미화하는 역사를 배워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어른이 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 시절인 1974년부터 1979년까지 독재 통치의 공범으로 앞장섰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국 현대사 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것은 이른바 셀프 미화, 셀프 찬양을 위한 공작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학생, 청년들도 반대 목소리 더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지난 11일 오후 7시부터 국정 교과서 반대를 위해 밤샘 농성을 이어온 청년과 대학생도 이날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은 대학생 성희연씨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청년과 학생들이 역동적으로 (국정 교과서 반대 움직임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청년과 학생 단체로 이뤄진 이들은 전날 정부서울청사 정문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날 오전까지 이어갔다. 릴레이 시위 참가자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20~30명이 30분에서 1시간씩 피켓을 들고 섰다.
▲ 12일 오전 8시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 서기원씨. | |
ⓒ 조혜지 |
12일 오전 8시께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분수대 앞에선 대학생 서기원(29)씨는 “특정 학과가 아닌 다양한 공부를 하는 학생과 청년들이 국정화 반대를 위해 모였다”고 전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일단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견을 듣고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그저 밀어붙이려고 하는 모습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방은희 사무국장은 “교과서 집필 기간을 계산해보면 1년밖에 안 된다, 결국 몇 개월 만에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모든 분의 뜻을 모아 앞으로 진행될 행정 예고 20일 동안 (국정 교과서)를 결국 철회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을 끝으로 차영조 선생이 7만여 명의 서명 내용이 담긴 봉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전에 요청한 경찰 차량을 타고 청와대로 나섰다.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1.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늘(12일)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한 뒤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 한다고 한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발행제도를 국정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은 2014년 1월 13일 당정협의회에서였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전폭적인 엄호를 받아 우여곡절 끝에 교과서시장에 나왔지만 학교현장과 학부형들로부터 싸늘한 대접을 받아 채택률 0%대에 이르렀다. 이에 놀란 정부는 ‘교육부 편수기능 강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마저 못미더웠던지 아예 국정화로의 전환방침을 밝혔다.
2. 교학사 교과서 파동 당시 외국 언론이 주목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뉴욕타임즈(NYT)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 사설은 아베 총리가 침략역사를 희석시키는 우경화 교과서를 만드는데 압력을 가한다고 설명하면서, 박 대통령 역시 “한국인들의 친일 협력에 관한 내용이 교과서에 축소 기술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친일 협력행위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내용의 교과서를 교육부가 승인하도록 밀어붙였다”고 적었다.
3. 이어 NYT 사설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제국 장교를 했고 1962년부터 79년까지 남한의 ‘군사독재자’였다고 지적하였다. 침략을 미화하는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가 전쟁범죄자라는 것과 교학사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가 일제에 협력했다는 배경이, 한일 양국에서 ‘정치가 역사에 개입’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사실에 기초한 서술” “균형 잡힌 역사인식”등을 국정제로의 전환 필요성으로 내걸었지만, 외국 언론은 친일-독재의 미화내지 은폐가 국정제로 전환의 본질이라고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4. 교학사 교과서 파동 당시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국정제는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다”며 국정교과서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였다. 여의도연구원이 펴낸 보고서는 “국정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권위주의 내지 독재국가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발행제나 인정제가 일반적”이라며, “국정제보다 검인정제, 검인정제보다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이념을 고양할 것”이라고 밝힌 헌법재판소 결정문까지 인용했다. 보고서는 검정제로 발행한 고교 교과서 ‘한국근현대사’가 국정 교과서 ‘국사’보다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5. 국가 주도의 단일한 교과서 즉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헌법이 강조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되어 교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유엔의 역사교육 권고에도 반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가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국제인권규약의 여러 조항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6. 정부가 국정화 여부를 9월 중에 발표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9월초부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현장 역사교사 선언과 서울대 역사학 전공교수의 의견서 제출을 필두로 독립운동후손과 원로, 학부모, 시도교육감, 시의회, 각 대학 교수, 법학연구자, 예비 역사교사, 학생, 해외동포 등 지금까지 총 6만 여명이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정형화시키는 교과서 국정화가 다원성·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오늘 이 각계각층의 선언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론(公論)을 무시하고 교과서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5년 10월 12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2015-10-1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국정 교과서 추진은 박 대통령의 셀프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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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한국사 국정화 발표 앞두고 시민단체 반대회견 잇달아
☞뉴시스: 진보 시민단체, 국정화 반대 성명 청와대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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