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으로 위장한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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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긴급 성명]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으로 위장한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를 규탄한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2015년 대한민국과 ‘국정’ 역사교과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회 각계각층의 충고와 반대를 외면한 박근혜 정부는 결국 2015년 10월 12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라는 역사 쿠데타를 단행하였다.


그 과정은 비겁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다. 친일
·독재 미화로 현장의 외면을 받았던 교학사 교과서 사태 직후, 교육부는 2014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정화를 포함해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2014년 6월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이 역사교과서 쿠데타의 시작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대통령 눈치를 보며 공론화를 공언한 교육부는 자신들이 정했던 시한보다 1년 4개월을 더 허비하고 오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행정예고를 강행하였다.


우리는 ‘공론화’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 수렴이라 이해한다. 황우여 장관이 ‘공론화 과정’이라며 시간을 질질 끄는 동안 교육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가? 작년 교육부가 발표자와 토론자를 섭외하고 2차례에 걸쳐 진행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관련 공청회와 토론회를 돌아보자. 일부 뉴라이트 인사를 빼고는 대부분의 발표자와 토론자는 국정화가 세계화 추세에도 맞지 않으며 북한 등 극소수 국가에서만 시행되는 제도라는 이유로 반대하였다. 그것이 공론이었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거의 모든 언론이 사설을 통해 2015년 대한민국과 국정 교과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경고를 보냈다. 이쯤이면 교육부는 국정포기 선언을 하고, 오류투성이 교학사 교과서에 합격 판정을 했던 검정 시스템을 반성적으로 보완해야 했다.


그러나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던 교육부가 미적거리자, 9월 초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일본 극우세력이 사용하는 자학사관 같은 용어를 동원하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압박하였다. 이후 현장 역사 교사와 학부모, 청년
·학생, 전공을 불문한 대학 연구자, 시민사회, 재외동포까지 나서 쏟아낸 반대 선언과 성명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건전한 상식과 지성의 표현이다.


결국 국정 전환 논리가 궁색해진 새누리당은 예상했던 대로 전가의 보도인 ‘종북’과 ‘좌편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고시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서술하고, 박근혜 정부의 국사편찬위원회와 교육부가 검정을 마치고, 그것도 모자라 뉴라이트를 동원하여 수정명령까지 한 교과서를 또 ‘종북’으로 몰아 부치며 역사 쿠데타의 서막을 연 것이다.


유신시기인 1974년에 처음 도입된 국정 역사교과서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다양한 교과서를 발행하는 검
·인정제로 바뀌었고, 이제 막 결실을 맺는 단계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역사 쿠데타를 우리 사회가 축적해 온 민주화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폭거라고 정의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폭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정신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반(反)헌법적이다. 동시에 역사 교육의 다양성 존중이라는 국제사회의 역사 교육 원칙에도 위배된다. 한마디로 대통령 한 사람의 아집에서 비롯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대한민국을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말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쿠데타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단일 교과서’, ‘균형 잡힌 교과서’, ‘국민 통합 교과서’ 등의 미사여구를 남발하고 있다. 아무리 호박에 줄을 그어도 수박이 되지 않듯이 시대에 뒤떨어진 국정 교과서라는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가 알량한 권력에 의지하여 일시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역사가 입증하듯이 쿠데타는 쿠데타일 뿐이다. 박정희의 5·16 군사 쿠데타처럼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도 실패한 쿠데타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국민 ‘통합’을 내세워 역사 쿠데타를 감행한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국민을 가장 ‘분열’시켰던 정부로 기억되고 기록될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정부가 공론(公論)을 무시하고 교과서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이제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독재정권임을 고백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정권의 역사 쿠데타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끝>

2015년 10월 12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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