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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교수가 예측한 ‘국정교과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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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화론, 독재세력의 산업화 등 강조할 것”


정부는 12일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수많은 학자·시민들이 <반(反)헌법행위자열전>을 만들겠다며 편찬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날이다. (기사 참조 : “나를 기소한 검사…다정한 말투로 ‘잊으라’ 하더라”, 2015. 10. 12)


<반헌법행위자열전>은 내란, 학살, 고문, 간첩조작, 선거부정, 각종 인권유린 등 국가권력을 활용해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파괴한 대표적 인물들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이날 출범식의 사회를 맡은 서해성 작가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국정교과서와 함께 <반헌법행위자열전>을 별첨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부러 같은 날을 잡아 발표한 게 아닌가 싶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출범식에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이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부가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를 책임 편찬 기관으로 지정하고, 교과서 개발을 위탁하기로 해, 자연스레 이만열 교수에게 ‘국정교과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 교수는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거짓 통일을 주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회자는 짧은 답변을 원했던 것 같지만, 이 교수는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만 10분간 쉼 없이 이야기했다.


▲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다음은 이날 나온 이 교수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야겠다는 논리를 세워 본 적이 없다. 누구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시류에 따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국정교과서를 만든다고 한 뒤에 논리를 갖다 붙였다.

그래서 교과서 이름이 ‘국정’이 됐다가, 다음에는 ‘균형’, 며칠 지나니까 ‘통합’, 이제는 ‘올바른’.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논리가 없는 거다.


단지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논리) 몇 가지를 보면, 어떤 이는 역사학계 90%가 좌파라고 한다. 좌파가 교과서를 썼기 때문에 좌편향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김무성 씨 같은 분은 자학사관에 입각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사학계 대부분을 왜 좌파라고 생각하는지는 한번도 근거를 들어 설명한 적이 없다. 그냥 좌파라고 띄어놓고 몰아간다.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뭘 끄집어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냥 ‘좌편향이니까 좌편향’, ‘우리 마음에 안 드니까 좌편향’ 이런 거다.


그리고 자학사관이라는 것은 최근 글을 쓰기도 했지만, 1990년대 중반 무라야마 정권이 일본에 들어섰을 적에 일제통치를 반성하는 가장 진전된 담화를 내놓고,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를 대부분 검정제 교과서에 썼다.


그걸 두고 당시 정권을 빼앗긴 자민당계에서, 그 중 젊은 의원 가운데 아베가 참여해 이를 비판하며 ‘사과를 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관’을 자학사관이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그게 나중에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으로 발전하고 2001년에는 후소오샤 교과서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내가 ‘공당의 대표(김무성)가 한국의 역사학자들을, 한국의 역사관을 두고 하필이면 일본 사람들이 사용한 말을 가지고 모독하느냐’고 그랬다.


내가 보기엔 결국은 이거다. 지금까지 그들이 좌파·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검정제 교과서는 독립운동의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들은 그게 보기 싫다는 거다.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해서 대한민국이 형성됐다고 하니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는 거다. 독립운동의 바탕에서 보면 1919년 3.1운동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선언했으면 나라를 세운다. 그때 세워진 게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당시 한반도는 일제가 강점하고 있어 정부를 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외에 임시정부를 세웠다. 임시정부의 전통이 1948년까지 갔고, 그때 대한민국의 연령을 ‘민국 30년’이라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만약에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난 뒤 연합국에 의해 독립이 되고,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면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고 했다. 왜? 외국이 도와, 외국에 의해 나라가 섰다는 거니까 얼마나 창피하겠느냐는 거다.


이 전 대통령은 ‘일제의 지배하에 있을 때 조상들이 3.1운동을 하고 대한민국을 세워 지금까지 온 것이다’고 말했다. 최소 이 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요약하겠다. 지금까지의 검정제 교과서는 독립운동의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이 이뤄진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로 4.19혁명에 의해 한국사가 이렇게 발전해왔다며 민주화의 과정을 중요시하게 다룬다. 이건 우리 헌법에도 나왔다. 대한민국이 3.1운동에 의해 이루어지고 4.19민주혁명의 전통을 잇는다고. 그런 바탕 위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 이게 우리 헌법정신이다.


그러니까 소위 검정제 교과서는 독립운동 바탕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강조하고, 그 정신에서 한국의 평화통일 지향하는 입장에 있다. 그러니 북쪽의 입장을 배려할 건 배려하고, 기술할 것을 기술했다. 그건데 그것 좀 기술했다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매도한다.


결국 국정교과서가 지향하는 것은 첫 번째로 식민지 근대화론일 것이다다. 그래야 친일 세력인 이승만 전 대통령도 살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살고, 김무성 대표의 아버지도 산다. 그 전통을 강조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화의 과정에서 독재와 부패 세력이 오늘날의 산업화를 이룩했다고 강조할 것이다.


세 번째는 입으로만 통일을 얘기할 것이다. 사실 그들은 반(反)통일세력이다. 통일을 안 해야 그들이 일정한 지분을 갖고 남쪽에서 누릴 수 있다. 사회학자가 얘기하듯이 적대적 공생관계인 셈이다. 통일이 안 되고, 적대적으로 있어야 누릴 수 있는 세력이 많다. 마치 김정은이 북쪽에서 누리듯이 남쪽에서 통일이 안 돼야 누리는 세력들이다. 국정교과서는 전체적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CBS노컷뉴스 유연석기자

<2015-10-13> 노컷뉴스

☞기사원문: 이만열 교수가 예측한 ‘국정교과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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