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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 교과서’ 편찬 책임자, 전두환 정부 때 국사 교과서 제작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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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될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체제로 전환하겠다고 12일 행정예고했다. 교육부는 다음달 2일까지 행정예고안 의견을 수렴해 안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기자회견에서 국정화 이유를 두고 “역사교과서가 검정제 도입 후 지속적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왔고, 집필진 구성 편중으로 검정제의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국민통합을 이루려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편찬하게 될 이들은 황우여 부총리의 ‘말’에서 자유로울까. 교육부는 ‘올바른 교과서’의 책임 편찬 기관으로 국사편찬위원회를 지정, 위탁할 계획이다. 현 국사편찬위원장인 김정배 고려대 명예교수의 이력은 황 부총리가 말한 오류, 편향, 통합의 한계를 보여준다.


▲ 황우여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도 참석했다. /정지윤기자


그는 전두환 정부 때 중·고등학교 국사 국정 교과서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1982년 국사편찬위원회가 낸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전두환 정부에 대해 “북한 공산군의 남침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정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다. (중략) 그 후, 국민 투표로 확정된 새 헌법에 따라 당선된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하여 제5공화국이 출범하였다”고 서술했다. 또 “제5공화국은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과 민주 복지 국가로의 발전을 지향하고, 민족의 분단을 종식시키며,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또, 국제무대에서의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를 확고하게 부각시킬 제반 외교적 정책을 강력히 펴 나가고 있다”고 썼다.


▲ 80년 6월5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현판식 후 악수하는 박충훈 국무총리서리(오른쪽 두번째)와 전두환 국보위상임위원장(왼쪽 두번째). 국보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인 5월31일 만들어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시 중학교 국사 교과서는 전두환 정부를 두고 “제5공화국은, 성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정의 사회 구현과 민주 복지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여 새로운 역사의 창조에 나서게 되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정배 위원장 측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1982년 국정교과서 연구진으로 참여한 것은 맞지만 고대사 전공이어서 ‘전두환 찬양’ 내용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발표된 12일 낸 성명에서 “5공 시절 국정 역사교과서는 12·12 정변과 광주학살을 미화했는데, 당시 국사편찬위의 연구위원이던 인물이 현재의 국사편찬위원장”이라며 “그는 2013년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제기될 당시 문제의 교과서를 옹호하는 성명서에 서명했으며, 한때 국정화를 반대했던 태도를 바꾸어 지금은 외려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에 역사교과서를 주문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했다.


또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좌편향으로 내몰리는 마당에 학자적 양심을 가진 이들이 집필진으로 나설 리 없다”면서 “국정 교과서에는 친일·독재 미화와 의도적 역사 왜곡이 담기게 될 것이다. 전두환 독재 시절 교과서로의 회귀, 또는 교육주체들에 의해 거부되었던 교학사 교과서의 귀환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 80년 10월29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각계 대표 81명으로 구성된 입법 의원들이 국회 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가보위입법의회(국보위)는 제5공화국 헌법에 의해 새 국회가 구성될 때까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한 입법 기관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황우여 부총리와 함께 참석한 회견에서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글자 그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수립이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그 얘기를 여기에서 하면 불필요한 얘기가 자꾸 될 것 같아 여기에서는 얘기를 안 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정배 위원장이 뉴라이트의 ‘건국절’ 논란 답변을 회피하면서, 교육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국정 교과서도 뉴라이트 시각에서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 우리가 흔히 어려운 시기를 당했기 때문에 투쟁의 역사를 강조한 때가 있었지만, 역사는 투쟁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화합 조정, 단합도 필요하다. 앞으로 교과서는 투쟁일변도의 역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70년대 국정화 당시 집필진이 현재 체제에서 역사교과서를 출판하는 집필진보다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도 했다.


▲ 전두환 정부 때인 1982년 발간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실린 연구진에 김정배 현 국사편찬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김정배 위원장뿐만 아니라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교육부가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정책연구 책임자인 진재관 박사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에 임용했다”며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교육과정을 만들었으니 대통령 뜻을 받들어 교과서도 만들라는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진재관 편사부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1·2차 연구의 책임자를 맡았다. 정진후 의원은 “진재관 편사부장은 교육과정 책임자를 맡으면서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쓰던 것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도록 했다”며 “이는 뉴라이트 쪽에서 주장한 ‘1948년 건국설’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28일 편사부장 자리에 진재관 박사를 앉혔다. 편사부장은 한국사 국정 교과서 편찬을 총괄하는 자리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2015-10-13> 경향신문

☞기사원문: ‘한국사 국정 교과서’ 편찬 책임자, 전두환 정부 때 국사 교과서 제작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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