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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전국 확산, 부산대·이화여대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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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경희대·고려대 이어 5곳으로 늘어나… “어떠한 과정도 참여하지 않겠다” 선언


▲ 퇴임교사와 명예교수로 구성된 원로교육자회의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연세대와 경희대, 고려대 사학과 교수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부산대학교 역사계열 교수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국정교과서를 향한 교수들의 불복종 선언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대학교 역사 관련학과 교수 24명은 15일 “우리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 교육부는 국정화 강행을 멈춰라“는 제목의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에는 인문대학 사학과 11명, 고고학과 5명, 사범대 역사교육과 6명,한국민족문화연구소 1명, 국제전문대학원 1명 등 부산대 내 역사전공 교수 전원이 동참했다.


교수들은 이날 선언을 통해 “교육부가 역사학계와 교육계, 사회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은 안중에도 없이 국정화를 강행했다”며 “정치적 외압을 막아 중립을 확보해야함에도 이는 헌법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권 입맛따라 진행되는 국정교과서 안돼”
“헌법정신과 전문성에도 위배”


교수들은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국정교과서가 추진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국정 교과서는 독재 권력의 산물이고,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하게 될 것”이라며 “하나의 교과서를 강요하는 교육부의 처사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 헌법정신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국정제를 강행함으로써 세 원리가 균형을 이뤄 정립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부정한 만큼 집필 거부를 선언하는 것으로 우리의 뜻을 천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다. 또한 “역사학자로서의 전문성은 물론, 학문과 사상의 자유라는 정신에도 위배된다. 이것이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진행되는 국정교과서의 집필를 거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비판적 태도를 국정교과서가 폐지될 때까지 유지해가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교수들은 “지식인의 책무감으로 국정 교과서 진행 과정을 주시할 것이며, 국정제가 폐지될 때까지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고 비판할 것이다. 그것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역사학자들의 소임”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선언을 주도한 장동표 부산대 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부산대는 역사 관련 교수가 많은 대학 중 하나다. (국정화에 대해)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절대적”이라며 “국민들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역사학 관련 교수 9명도 같은 날 “오직 독재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들만이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을 독점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집필 불참을 선언한 곳은 모두 5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13일과 14일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역사 관련 교수들은 각각 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전국 20여개 대학 500여명의 연구자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이날 긴급총회를 열고 집필 거부 선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국정교과서 집필 불복종 운동은 더욱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부산대학교 역사관련 교수들의 성명 전문이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는 부산대학교 역사 교수 전원의 선언>

우리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

교육부는 국정화 강행을 멈춰라.

결국 교육부가 국정화를 강행하였다.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치적인 외압을 막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해야 할 교육부가 앞장서서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기르게 하여 헌법 가치를 지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학계, 교육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제를 강행하는 것 자체가 헌법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 부산대에 재직하는 역사 교수 전원은 지난번 국정화 반대 성명에서 국정 교과서 제도가 독재 권력의 산물이었고, 국정제 부활은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하였다. 아울러 이른바 ‘하나의 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반교육적인가에 대해서도 적시하였다. 그럼에도 국정화를 강행한 교육부의 처사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 3자는 솥발처럼 정립(鼎立)해야 한다. 역사학과 역사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적으로 역사 교과서를 쓸 때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다.


현 정부는 국정제를 강행함으로써 헌법의 세 원리가 균형을 이루어 정립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부정하였다. 따라서 전문성을 담보해야할 전문가 집단의 일원인 부산대학교 역사 교수 전원은 다시 한번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하는 것으로 우리의 뜻을 천명하고자 한다.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이 보장되지 않은 조건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때, 역사학자로서의 전문성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그것은 학문·사상의 자유라는 또 하나의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이것이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진행되는 국정 교과서의 집필을 거부하는 이유이다. 또한 정치권력의 의중을 담아내는 국정 교과서는 안 된다는 지난번 우리의 선언을 거듭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운 국정화 강행으로 촉발된 분열과 혼란은 검정제 논란 때보다 몇 배 더 증폭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러한 여론의 분열과 사회 혼란은 국정제가 폐지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지식인의 책무감으로 국정 교과서 진행 과정을 주시할 것이며, 국정제가 폐지될 때까지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고 비판할 것이다. 그것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우리 역사학자들의 소임임을 재차 천명한다.


2015년 10월 15일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하는 부산대학교 역사 교수들


곽차섭, 김동철, 김두철, 배진성, 백승충, 서영건, 송문현, 신경철, 양은경, 양정현, 오상훈, 유재건, 윤용출, 윤욱, 이수훈, 이종봉, 임상택, 장동표, 조흥국, 차철욱, 채상식, 최덕경, 최원규, 홍성화 이상 24명



<이화여대 역사학과 교수 성명>

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역사학 관련 교수들의 성명서


학계와 시민사회의 상식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했다. 나아가 현행 검정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성립할 수 없는 거짓말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여론을 호도하며,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 검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정한 집필기준에 따라 민간 출판사와 집필자들이 썼으며, 교육부의 검정절차를 거쳐 수정되었고, 최종적으로 학교와 교사라는 시장에 의해 선택받게 되어 있다. 형식은 검정이지만 내용은 국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교과서들이 좌편향이라면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구 하나 입을 열어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역사학은 과거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현재를 인식하는 거울이 되며, 미래를 열어가는 도약대가 된다.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중시한다. 이미 고대로부터 역사가들이 강조한 역사서술의 자세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이었다. 사실과 근거가 있으면 서술하고 해석하지만, 만들어 짓거나 창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시대의 역사학이 이러했으니, 역사학의 보수성을 알 수 있다.


역사학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甘呑苦吐)” 학문이 아니다. 사실이 있으면 쓰고, 지도자의 공과는 엄정하게 평가한다. 이것이 사관(史官)의 정신이고, 사마천이 궁형(宮刑)의 치욕을 당하면서 세운 기초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정부가 역사를 통제하고, 창조하고, 이를 후세들에게 강요하려 한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역사를 따뜻하지만 비판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는 것이 21세기 한국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다는 것이 무비판적 옹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명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인식 수준이다.


한국의 교과서 제도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며 전진해 왔다. 해방 후 검인정제도가 유신시대의 국정화로 바뀌었고, 민주화와 함께 검인정 제도로 변화했다. 그런데 이제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역사교육의 통일성을 주장하며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한국사 국정화가 국제적 상식과 헌법가치에도 걸맞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오직 독재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들만이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을 독점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국정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며, 비민주주의적이며, 비교육적이고 21세기 국제적 상식에 현저히 어긋나는 것이다.


이에 이화여자대학교의 역사학 관련 교수들은 집필을 포함해서 국정 교과서와 관련된 모든 절차에 협력을 거부하는 뜻을 밝힌다.


2015년 10월 15일

김영미, 차미희, 정병준, 정혜중, 진세정, 오영찬, 노상호, 남종국, 이석희

김보성 기자 vopnews@vop.co.kr
<2015-10-1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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