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여개 국내출판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출판인회의가 16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출판인회의는 이날 윤철호 회장의 이름으로 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한국출판인회의 성명서’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가 ‘학문·출판·사상의 자유를 저해’하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지난 12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행정예고를 한 후 정치계와 학계 등 각계에서 반대의견이 쏟아졌다. 출판인회의는 성명에서 “정부의 국정화 논리는 역사 교육을 사유화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로 인해 교육 현장의 심각한 갈등 초래와 황폐화 그리고 학생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출판인회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출판 측면에서도 ‘출판의 자율성 보장과 다양성 확보’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한국출판인회의 성명서’전문이다.
정부(교육부)의 10월 12일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행정예고와관련해, 우리 출판계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이미 지난 9월 11일 성명을 통해 “국가가 정한 하나의 역사 교과서로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획일적 역사 교육을 하려고 하는 것은 학문ㆍ출판ㆍ사상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며,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도 합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1992년 한국사만큼은 국정보다 검정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학문ㆍ출판ㆍ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며 민주주의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의 국정화 논리는 역사 교육을 사유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는 현행 검정제가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살리지 못했다며, 1종의 국정 교과서로 균형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8종의 교과서’가 구현하지 못하는 다양성을 ‘1종 교과서’가 실현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정부가 역사 교과서의 서술을 독점한다면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 내용이 바뀔 수 있어 역사 교육의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 현장의 심각한 갈등 초래와 황폐화 그리고 학생들의 역사적 상상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출판계는 교과서 검정제도 하에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교과서를 제공하기 위해 역사학계의 저자들과 함께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우리 출판계와 역사학계의 노력으로 만들어왔고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기존의 교과서들을 상업적 논리에 빠진 출판업자들과 국민상식과는 괴리된 편향된 사고를 가진 학계가 만들어낸 좌편향이라며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출판계와 역사학계를 심각하게 모독하는 것이다. 또한 검정에 직접 참여했던 현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자가당착적인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출판계의 산업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산업의 건전한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퇴행적 조치임도 지적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역사학계는 물론 많은 국민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정부에 경제 활성화를 통해 민생을 살리고 사회 각 부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국민여론을 분열시킬 것이 뻔하고, 긴급하게 추진해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이토록 급박하게 추진하려고 하는지 어려움 속에 출판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 출판계는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출판의 자율성 보장과 저술 및 교과서의 다양성 확보를 통한 국민의 지식 접근권 보장 을 위해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한다.
–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여론을 직시하고 이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 이에 우리 출판계는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5년 10월 16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윤 철 호
권영미 기자 ungaungae@
<2015-10-15> 뉴스1
☞기사원문: 출판인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