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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연구회 국정 교과서 제작 불참 선언…대안 한국사 도서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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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역사 연구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가 16일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떤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안 한국사 도서 편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국역사연구회는 15일 비상총회를 열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대 정용욱 교수(회장)는 “회의 내내 침통한 분위기였으며, 때로는 격한 성토가 이어졌다”며 “회원들이 특히 분개한 것은 현 정부와 여당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와 검정을 마치고, 이후 수정까지 거친 교과서들에 대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 선동을 일삼고 역사연구자와 역사교사들을 모독한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비상회의는 좀처럼 개최되지 않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어제 비상회의는 전임 회장들과 운영위원들도 포함한 확대운영위원회의 형태로 개최됐다”며 “참가를 원하는 일반 회원들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5가지 결의사항을 밝혔다. 결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둘째, 정부·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도록 엄중히 요구한다. 셋째, 정부·여당이 끝내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연구회는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결의한다. 넷째, 연구회는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며 연구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대안 한국사 도서의 개발을 준비해왔다.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역사 교과서 집필 불참 선언으로 역할을 끝내는 무책임한 처신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고, 대안 한국사 도서의 편찬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 다섯째, 국정화 철회를 위해,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퇴행을 막기 위해 역사교육계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또 다른 학문 분야와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


▲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을 미화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다음은 한국역사연구회의 입장문 전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한국역사연구회의 입장>


한국역사연구회(이하 ‘연구회’)는 2017년 10월 15일 참석을 원하는 일반 회원들도 참석한 가운데 전·현직 회장과 운영위원들이 비상회의를 개최하여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초래한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위기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연구회의 장단기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회의의 논의 및 결의 사항을 간략히 추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사 전문 연구자 단체인 저희 연구회는 그동안 다른 역사 연구 및 교육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정부와 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연구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것은 그것이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역사 교육의 목적, 그리고 UN 인권이사회 보고서가 명시한 역사교육의 세계 보편적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저희의 노력에 대해 역사학계, 역사교육계는 물론 시민사회도 지지와 성원으로 화답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 선동을 일삼고 역사연구자와 역사교사들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현 정권 스스로 검인정 통과시켜 일선학교에 보급한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펼침막을 내걸었다 회수하는 여당의 소동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벌어졌다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구시대적 작태의 전형입니다. 이 소동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이 이념이나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 이성과 광기의 대립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역사의 독점과 사유화로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민의 과거 기억을 통제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단지 교과서 편찬제도의 퇴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크게 후퇴시킬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학문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 결과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를 거쳐 국민의 힘과 땀으로 힘들게 일구어온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성취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입니다.


졸속적인 역사 교과서 편찬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입을 피해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초래할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위기, 그리고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역사학자들의 결의와 각오가 각 대학 교수들과 여러 학회의 집필 거부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구회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며, 비상회의의 결의 사항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1. 정부 여당은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2. 정부 여당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역사학자와 역사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도록 엄중히 요구합니다.


3. 정부 여당이 끝내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연구회는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결의합니다.


4. 연구회는 혹시라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하며 연구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대안 한국사 도서의 개발을 준비해왔습니다.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역사 교과서 집필 불참 선언으로 역할을 끝내는 무책임한 처신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고, 대안 한국사 도서의 편찬에 더욱 속도를 내겠습니다.


5. 국정화 철회를 위해,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퇴행을 막기 위해 역사교육계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또 다른 학문 분야와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연대와 협력의 대상에 국제 학계도 포함할 것입니다.

2015년 10월 15일

한국역사연구회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2015-10-15> 경향신문


☞기사원문: 한국역사연구회 국정 교과서 제작 불참 선언…대안 한국사 도서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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