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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발행제 바람직하다”면서 국정화 총대 멘 황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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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국정을 영원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어제 KBS에 출연해 “(교과서 발행체제로) 바람직한 것은 자유발행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정화의 첨병으로 나선 교육 수장조차 국정화가 문제 있는 조치임을 자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하지도 않을’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온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이유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국정화인가.


황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국정제 국가는 터키, 그리스, 아이슬란드뿐’이라는 지적에 “갈등지수가 높은 첫 번째 국가가 터키고 둘째가 그리스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분류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나라들은 자유민주주의 질서, 헌법 가치에서 화해가 이뤄졌다”며 국정을 영원히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의 말은 모순투성이다. 우선, 한국은 테러로 100여명이 희생된 터키에 견줄 만큼 민족·종교적 갈등지수가 높지 않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에서의 화해’를 국정화 폐지의 전제로 들었는데 어불성설이다. 역사 해석을 권력이 독점하는 일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국정화를 포장하려다 이런 궤변이 나오는 것이다.


국정화의 주역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청와대·여당이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동안 황 장관은 그들 뒤에 숨는 데 급급했다. 그러곤 국정화가 발표되자 여론전의 총대를 멨다. 하지만 무책임과 무소신의 전형인 그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김재춘 차관도 다르지 않다. 김 차관은 “(현행 검정 교과서는) 북한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을 2번, 남한에 대해선 24번이나 사용했다”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야당과 전문가들이 검정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 대해 우상화, 유일지배체제 등 ‘독재’보다 더 부정적인 표현이 119번이나 기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차관은 “국정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가의 제도”라고 비판했던 전력을 물타기하려고 돌격대를 자임한 건가.


지난 16일 외신기자 대상으로 열린 국정화 기자회견은 한국 정부의 민낯을 드러냈다. 교육부 관료는 ‘검정교과서들이 주체사상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주장하다 “어느 교과서 몇 쪽인지 보여달라”고 요구받자 “자료를 안 가져와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북한 관련 서술을 설명하며 한국 학생의 지적 수준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참석자들은 사실왜곡과 동문서답에 어이없어 했다고 한다. 공직자들이 앞장서 국가의 품격을 깎아내리는 형국이다. 교육부 관료들은 ‘공무원에게 무슨 영혼이 있느냐’고 변명할지 모른다. 틀렸다.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에겐 영혼이 있어야 한다. 주권자의 뜻에 따르는 게 ‘공직자의 영혼’이다. 권력에 복무하려면 차라리 옷을 벗어라.


<2015-10-18>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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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도 보수도 “국정화 반대”] 명분·절차 ‘억지’…학계, 철저 외면…‘불신의 늪’ 빠진 국정화

ㆍ‘집필 거부’ 학회 갈수록 늘어…남는 건 ‘뉴라이트’ 학자뿐

ㆍ교사 단체들 90% 이상 반대…교육부 조사, 찬성 유도 질문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역사학계와 교사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에 맞닥뜨렸다. 분단 상황을 앞세우고 교사들이 좌편향됐다고 공격하면서 정부·여당이 정치적으로 결정한 국정화 명분이 교육현장에서 부정당하고, 절차적 한계도 노출한 것이다. 정부 스스로 국정화가 ‘한시적 조치’라고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학계와 교사들을 불온시하며 시작된 불신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고개 젓는 역사교수와 교사들


▲ 피켓 들고… 주말인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 세종로공원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국정교과서 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사이 서울 도심에서 학생·시민들이 각양각색의 국정화 반대 피켓을 펼쳐 들고 있다. 강윤중 기자·연합뉴스


지난 13일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의 국정교과서 집필 불참 선언 후 국정화 저항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와 동·서양사, 시대·주제사를 막론하고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16개 역사학회가 ‘국정화 반대’ 공동성명을 낼 때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던 서양사학회 임원단은 “도대체 뭘 하느냐”는 회원들의 비판에 부랴부랴 추가 성명서를 냈을 정도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역대 국사편찬위원장들도 국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정화 반대 이유는 다양한 시각과 통설을 중시하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에 대한 이해 없이 국정화를 정치적으로 몰아갔고, 무리한 국정화를 위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역사학계 전체에 낡은 색깔론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역사학계에선 “언제 편향성 통계를 내봤느냐” “다양한 해석이 중요한 역사교과서를 국민윤리 교과서로 착각하고 있다”는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교원단체 성향을 떠나 절대다수 교사가 반대하고 있고, 설문조사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반대 목소리가 97%까지 나온 상황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선 1·2차에 걸쳐 3289명이 이름을 걸고 국정화 반대에 서명했다.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 역사교사는 “전교생의 4분의 1이 군인 자녀라 학부모들이 보수적인데, 교장까지 포함해 국정화에 찬성하는 교사를 못 봤다”며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와 교사들을 좌편향이라고 몰아붙이는 정부 당국이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세력 극소수…여론도 왜곡


교육부가 역사학계와 등을 돌리고 국정교과서 추진 근거로 곧잘 인용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국정화 지지율이 56.2%로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한 이 여론조사조차도 ‘국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단일교과서에 대한 긍정적 표현으로, 국정화 찬성 답변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개적으로 국정교과서 지지를 밝힌 단체나 교수들의 명단을 보면 국정화 추진의 토대가 극히 취약함이 더욱 드러난다. 지난 16일 오후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102명이 교수들로선 처음 국정화 지지 실명선언을 했다. 서울의 한 역사학과 교수는 “한눈에 봤을 때 이름을 알 만한 사학자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모두 뉴라이트 시각이 확고한 분들”이라며 “전 총리와 교육부 차관, 장학재단 이사장, 교육부 용역 사업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교육학과 교수 등이 많아 관제 의혹이 짙어 보인다”고 평했다.


교원단체에선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이 지난 11일 459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2.4%가 국정화에 찬성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결과로 선별적 샘플링 의혹이 제기되며 200명에 육박하는 회원이 탈퇴한 상황이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2015-10-18> 경향신문

☞기사원문: [진보도 보수도 “국정화 반대”] 명분·절차 ‘억지’…학계, 철저 외면…‘불신의 늪’ 빠진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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