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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이면엔 박대통령 ‘5·16과 유신 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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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방송과 한 인터뷰서

“유신독재로 장기집권” 지적에

“청소년에 그렇게 가르치는 건

얼마나 큰 왜곡이냐” 강한 반박


정치적 고비 때 빼곤

“아버지 명예회복” 집착


“아버지에 대한 매도가 계속되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당신의 조국, 대한민국 이외의 사심은 결코 없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아버지의 오명을 벗겨드려야 한다는 일념으로….”(2007년 자서전)


9살 영애로 시작해 22살 퍼스트레이디로, 46살 국회의원에서 60살 대통령이 되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버지는 ‘사심 없는 조국 근대화의 표상’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는 ‘재평가’를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역사학계와 교육 현장,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당정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동력’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유신 회귀·정권 미화·어용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적극 맞서고 있다. 하지만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아버지는 독재자가 아니다’라는 등 박 대통령의 일관된 ‘합리화’ 발언을 보면, ‘아버지의 신원을 위한 딸의 의지’가 역사 교과서를 바꾸려 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 5·16과 유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라가 없어지는 판인데 민주주의를 중단시켰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박 대통령은 1989년 ‘10년 칩거’를 끝내고 한 2시간짜리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유신독재로 장기집권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그렇게 알아듣도록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왜곡이냐”며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내용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아버지가 유신헌법 개정 뒤 물러나셔서 평화롭게 지내길 소망했다”며 ‘18년 독재자’의 정권 이양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인 아버지의 남로당 경력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인으로 여론의 공론장에 나온 뒤에도 이런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내놓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는 “아버지가 이루셨던 일을 폄하하고 무참히 깎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무덤 속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인신공격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며 ‘왜곡’과 ‘배신’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 등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거나 일부 반성하는 발언을 한 경우는 ‘정치적 고비’를 맞았을 때뿐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 발언을 번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근혜는 아버지를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국가와 세계에 대한 안목을 갖게 해준 자상한 선배이자 스승이며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녀의 역사관이나 개인적 가치관도 당연히 부성 콤플렉스의 영향권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을 ‘영원한 소녀가 가지는 부성 콤플렉스’로 분석한 바 있다. 정 박사는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분석과 지금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5-10-19> 한겨레

☞기사원문: 국정화 이면엔 박대통령 ‘5·16과 유신 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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