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36명 대안 교재 개발하기로…서울대 학생들도 움직임
▲ 22일 오전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진을 대표해서 박흥식 서양사학과 교수(왼쪽), 오수창 국사학과 교수(가운데), 김태웅 역사교육과 교수(오른쪽) 등 3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에 반대해 집필 거부를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갑성 기자] |
국사학과 등 서울대 5개 역사 관련 학과 교수들이 국정화 교과서 반대성명에 이어 집필과정에도 참여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대 국사학과, 동·서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역사교육과 등 5개 학과 교수 36명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교과서 집필을 비롯한 모든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고 대안적 역사교재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앞선 9월 2일 서울대 역사 교수진 34명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장관에 전달바 있다.
국정 교과서 반대선언에 이어 집필 거부를 공식화한 배경은 지난 12일 교육부의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겠다는 행정예고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태범 역사교육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학자, 교사, 시민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 국정화를 계속한다면 집필에 참석하지 않음은 물론 일체 관련 업무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부의 행정예고에 대한 반대의견서를 교육부총리께 22일 오전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역사관련 교수진에 따르면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진 중 국정화에 찬성하는 교수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 관련 5개 학과(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총44명 중 반대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8명의 교수들도 국정화에 찬성하거나 국정화 집필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오수창 국사학과 교수는 “국정화라는 형식 자체가 잘못돼 집필과정에 참여해 좋은 내용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성명에 참여 않은 역사 관련 교수들 중 국정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고 연구활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 22일 오전 서울대 총학생회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국정화 저지 서울대 네트워크’ 출범식을 열고 국정화 저지를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밝혔다. [안갑성 기자]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역사 관련 교수진 36명 전원의 명단도 함께 공개됐다. 국정화 반대 서울대 교수진 명단은 그간 교육부에 제출한 국정화 반대 의견서에만 반영됐고 일반에는 비공개된 상태였다. 교수진은 최근 일부 국정화 찬성 단체가 명단 비공개를 지적함에 따라 이날 전체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대 학생들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서울대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대자보 게시와 100만 대학생 서명운동 등 국정화 반대를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국정화를 반대하기 위한 전국 대학생들의 공동행동에 서울대 총학생회도 함께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학내외에서 집회와 행진, 서명운동 등 집중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역사 관련 교수진뿐 아니라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전체 교수의 의사 표명도 논의 중에 있어 대학가의 국정화 반대여론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포럼을 열고 교수·학생·교직원 전원이 참여해 국정화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안갑성 기자]
<2015-10-22>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