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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선·후배 208명, 한목소리로 “국정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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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역사학과 동문, SNS 통해 뭉쳐… 연락 힘들었던 고참 선배도 흔쾌히 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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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중앙대학교 사학과(역사학과) 졸업생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반대 성명 참여를 제안했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중앙대학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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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2일 오후 2시 29분]


73학번부터 10학번까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선·후배가 목소리를 합쳤다. 지난 21일 중앙대 사학과 졸업생 208명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내고 “역사를 후퇴시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중앙대 역사학과 동문 “박근혜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졸업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긍정적 역사관 강조’ 기조를 역사 교육적 관점에서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는 자랑스러워야만 하고, 부끄러운 역사는 숨기는 것이 좋다는 관념은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서 “(1945년 패망 전 일본의) 역사 교육의 목표는 대일본제국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것이었고, 그에 도움되지 않는 역사는 축소 은폐시켰다”고 짚었다. 또한, 이 같은 생각이 “현재의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서 다시 부활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역사학자, 역사 교사, 역사 전공자 등 ‘사학 동문’들을 언급하면서 “역사 학계의 90%가 좌파라며 색깔론을 펼치는 행위는 대한민국 역사학자와 교사, 그리고 역사 전공자 모두에 대한 무시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졸업생 성명을 제안한 김태정(중앙대 사학과 88학번)씨는, 기자와의 22일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서명을 해보자고 제안했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선후배님들이 동참해주셔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73학번 선배님의 경우 서명에 동참한 00학번 후배의 은사님이셨다, 후배이기도 하면서 선생님이셨던 것인데, (00학번 후배가) 취지를 설명해 드리니 흔쾌히 참여해주셨다. 81학번 선배님도 마찬가지(의 경로)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페이스북과 함께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졸업생 선·후배들을 모았다. 김태정씨는 “(국정 교과서 의견 수렴) 행정 고시 기간이다, 국민의 의견을 전달할 권리가 있는 것”이라면서 “교육부에 항의 전화나 팩스를 보내고 있고, 앞으로도 각종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이다.



역사를 후퇴시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


우리 중앙대학교 사학과(역사학과) 졸업생 서명자들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정부와 이를 옹호하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역사학계를 비롯하여 일선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역사 선생님들의 국정화 반대 의견도 줄을 잇고 있다. 우리들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며, 그에 덧붙여 우리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역사/역사학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황우여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역사는 한가지로 권위 있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는데, 이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역사는 과거 사실을 기록한 사료를 토대로, 후대의 역사가들이 선택하고 재구성하여 해석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역사가마다 서술하고 해석하는 관점인 사관(史觀)이 있으며,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다양한 해석과 그 근거인 사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자세를 기르도록 훈련받는다. 이를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배양하며, 창의적 역량을 기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해석)의 존재”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관점”을 강조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는 역사를 단순히 “과거 사실의 암기”라는 저급한 수준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며, “하나의 역사관을 가르쳐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태도는 역사학/역사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관의 “권위”는 교과서를 한 가지로 단일화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분석이 얼마나 논리적이며 당대의 지식인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공감을 얻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2. 역사교육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합리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관해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긍정의 역사관이 중요하다.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1970년대의 역사인식을 2015년에 그대로 이식시키려는 낡은 사고의 산물이다. 1970년대에는 식민사관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주체적 민족사관 정립”이 필요했다. 유신정권은 이에 편승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라는 체제옹호적 측면을 섞어넣은 국정 국사교과서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독재 체제를 비호하는 역사서술이 민족의 자긍심을 고양하는 관점과 뒤섞여 버렸고, 일반 국민들에게 ‘민족사관=체제옹호’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었다. 또한 “역사는 자랑스러워야만 하고, 부끄러운 역사는 숨기는 것이 좋다”는 관념 역시 그릇된 생각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45년 패망 이전의 일본은 “국사”라는 과목명을 도입하여 국수주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교육했다. 당시 역사교육의 목표는 대일본제국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것이었고, 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역사는 축소/은폐시켰다. 역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이러한 생각이 아직까지 잔존하다가, 현재의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서 다시 부활한 셈이다.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왜?”라는 합리적 의문을 제기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 성공했다고 해석되는 역사적 사건에서는 “왜 성공했는가?”를, 실패했거나 자랑스럽지 못한 사건에서는 “실패한 원인”을 찾아내어 후대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도들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갖도록 훈련받는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역사를 배울 때에 “자긍심”이나 “자학” 따위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3. 역사학자/역사교사 등 전문가 집단에 대한 근거 없는 모욕적인 비방은 역사교육의 본질에 대한 토론을 망치는 정치적인 꼼수다.


현재 교육 일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우리의 자녀를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입시 위주 교육이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우리와 함께 대학생활을 보낸 선후배이기도 하다. 그들이 교단에 서기까지 흘린 피와 땀과 눈물, 교육현장에서 겪는 고민은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역사학자 또한 우리의 스승이자 동문이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술이부작(述而不作)의 경구를 머릿속에 새기고 궁형이라는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권력에 저항하여 올바른 역사를 써내려간 사마천을 가슴에 품은 채 오늘도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아무런 실증적 근거 없이 역사학계의 90%가 좌파라며 색깔론을 펼치는 행위는 대한민국 역사학자와 교사, 그리고 역사 전공자 모두에 대한 무시이자 모욕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학문적 성취와 역사교육을 통한 민주 시민 양성을 위해 애쓰고 있는 역사학자들과 역사 교사들을 모욕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사과해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사회적인 논란의 본질은 이념 논란이 아니다.
우리는 대학 시절 역사를 공부한 역사학도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적인 시민으로서,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본질을 크게 훼손시키며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편찬되는 소위 “올바른 역사 교과서”에 복종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2015년 10월 21일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중앙대학교 사학과 졸업생 서명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중앙대학교 사학과(역사학과) 졸업생 서명자 명단 (208명)


73학번(1) : 길형환

81학번(2) : 김태근, 현기옥

82학번(1) : 김흥기

84학번(9) : 안창모, 한동민, 전영필, 조천호, 김인회, 조복현, 송재웅, 한종근, 김연숙

86학번(12) : 조재학, 김준혁, 김인기, 김선주, 문성수, 천명애, 송재봉, 구영민, 김용호, 김의찬, 김미영, 이규식
87학번(2) : 채치용, 전금중

88학번(13) : 김태정, 윤준호, 김정미, 이선희, 심영권, 최경호, 김선주, 김대기, 전용범, 김홍수, 명광복, 정경아, 홍미용

89학번(16) : 정욱희, 천명주, 최영두, 박현준, 길봉현, 마동일, 황정아, 맹상호, 이순연, 정은석, 유미예, 김진서, 변영석, 정기철, 서철호, 고기상

90학번(7) : 정창원, 손현희, 유종면, 홍승태, 허은숙, 강현자. 최승일

91학번(10) : 마정윤, 최인병, 이대화, 한종수, 윤미원, 유진홍, 강민정, 박영훈, 조진영, 우유신

92학번(11) : 이기훈, 김동길, 권유미, 최일주, 김호민, 조영구, 이승희, 박현진, 이재성, 김태엽, 윤수현

93학번(5) : 강국진, 김필순, 배병국, 민준식, 신인섭

94학번(5) : 정창수, 주소정, 최복기, 임은신

95학번(5) : 박지현, 권진희, 진선영, 김진석, 김유진

96학번(2) : 권혁운, 박영신

97학번(2) : 김완형, 오세은

98학번(5) : 이동수, 이재훈, 김현정, 박남식, 윤철원

99학번(4) : 이용석, 정윤정, 차신혜, 김지영

00학번(3) : 이상열, 김재훈, 최찬규
01학번(3) : 김태환, 김도형, 안민영

02학번(11) : 배재현, 김서혜, 허지혜, 배이삭, 강민경, 이성두, 정희연, 정선우, 양유정, 김세웅, 김용재

03학번(11) : 김민재, 정재호, 신인재, 김미연, 이신혜, 이고운, 편설란, 정혜윤(대학원), 정덕균, 신종호, 정란

04학번(14) : 오심언, 배샛별, 원광욱, 전경원, 윤해인, 김진훈, 홍지수, 이연준, 양혜선, 박지민, 이영식, 박하늘, 신혜린, 한원미

05학번(16) : 고반석, 박근희, 안보람, 김효진, 송대진, 배준호, 이승찬, 이희영, 한유림, 임대성, 이주원, 김병궁, 윤동준, 서정선, 이우주, 한아름

06학번(5) : 정봉원, 이정민, 신종호, 이민주, 은희녕

07학번(12) : 채평석, 홍상우, 이안나, 송치성, 안혜정, 김희붐, 김종윤, 홍하나, 양진아, 태현선, 최선아, 이초롱
08학번(6) : 김용국, 김준태, 김혜원, 오승목, 이상준, 박준영

09학번(11) : 강기진, 이예지, 김혜선, 강채현, 강성호, 김재석, 박민호, 배준기, 송현준, 정재묵, 임가영
10학번(4) : 류소연, 김은지, 최은서, 양혜선

<2015-10-2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40년 선·후배 208명, 한목소리로 “국정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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