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한겨레21> 인터뷰 화제
“그래서 해방 뒤에 육사를 만들지 않았나
일제때 직업 가진 사람이 다 친일을 한거냐
그렇게 헤집어놓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박근혜 대통령이 11년 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에 대해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이런저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다 친일을 한 거냐. 그런 식으로 다 헤집어놓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4년 7월 <한겨레21>과의 단독 인터뷰(▶바로 가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 만주군 중위를 지낸 대목은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대통령은 “그때 나라가 있었냐. 나라를 빼앗긴 게 원죄다. 다들 식민지 국가에서 그 백성으로 살지 않았나. 그때 학교에서 가르쳐도 일본 식민지 국가에서 교사를 한 것이다. 또 (우리) 군대도 없지 않았나. 그 정신이 문제다”라며 “그렇게 해서 근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나중에 우리나라가 해방된 다음에 처음으로 육군사관학교를 만들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이런저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다 친일을 한 거냐. 그런 식으로 다 헤집어놓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때 애국하면서 독립을 위해 일한 사람들의 후손들 중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거에는 관심들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엔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현행법의 ‘일본군 중좌 이상’을 ‘일본군 소위 이상’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논쟁이 일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11년 전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일제 식민지 시대가 경제 성장과 근대화의 초석이 됐다’는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과 일맥 상통한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 말기 ‘비밀 광복군’이었다는 대한민국 육군본부의 공식 기록이 거짓이었다는 2008년 <세계일보> 기사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과 함께 누리꾼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세계일보>2008년 1월18일치 ‘만주군 중위 박정희, “비밀 광복군” 둔갑’이라는 제목의 기사( ▶바로 가기)를 보면, 육군본부가 발간한 <창군전사> 265쪽에 ‘만주에 있던 장교들은 그들대로의 지하조직이 있었다. 박정희, 신현준, 이주일 등 광복군 제3지대의 비밀 광복군으로서 거사 직전에 해방을 맞이 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이 ‘비밀 광복군’ 설의 ‘원전’은 1967년 광복군 출신인 박영만(사망)씨가 쓴 소설 <광복군>이다.
하지만 보도를 더 보면, 김승곤(92) 전 광복회장이 “박영만은 청와대에서 돈을 받을 줄 알고 ‘광복군’을 썼는데, 내용을 훑어본 박 대통령은 ‘내가 어디 광복군이냐. 누가 이따위 책을 쓰라고 했냐’며 화를 냈고, 결국 박영만은 돈 한푼 못 받고 거창하게 준비한 출판기념회도 치르지 못했다”고 증언한 기록이 나온다. 보도는 이어 “박정희가 한때 광복군에 가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해방 이후의 일이다. 1945년 8월 이전에 그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2015-10-22>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