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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역사 학자들 “오만불손한 정권에 4월 혁명 교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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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역사 연구자·교사 300여 명-중고생 180여 명, 국정교과서 반대 행진


▲ 거리행진에 나선 역사 전공 학자들 – 역사를 전공한 교수, 학자, 교사, 대학원생들이 24일 오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 거리행진에 나선 역사 전공 학자들 – 역사를 전공한 교수, 학자, 교사, 대학원생들이 24일 오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하일식(55)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24일 이른 오후 딸의 백팩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지천명을 넘긴 교수가 푸른 빛깔의 백팩을 어깨에 멘 모습은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이미 많은 역사 연구자와 교사들이 모여 역사 국정교과서 반대를 위한 행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 교수는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눴다.


하일식 교수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하 교수는 “평생 고대사를 연구하던 학자다. 지금까지 기자회견·집회 등을 멀리서 지켜본 적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집회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면서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보고 나도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는 연구자들에게 전화해보니,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집회에 한 번도 참석한 적 없는 역사 연구자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그만큼 시대가 이상하다는 뜻이다. 정부·여당이 한심하게도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오후 4시 행진이 시작되자, 대열 선두에 섰다. 그는 동료 연구자들과 ‘우리는 독립운동과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싶다’라고 쓴 펼침막을 앞세우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 거리행진에 나선 역사 전공 학자들 – 역사를 전공한 교수, 학자, 교사, 대학원생들이 24일 오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 거리행진에 나선 역사 전공 학자들 역사를 전공한 교수, 학자, 교사, 대학원생들이 24일 오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 거리행진에 나선 역사 전공 학자들 – 역사를 전공한 교수, 학자, 교사, 대학원생들이 24일 오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노 학자의 일갈 “정신차리시오”


사학계 원로, 집필거부 선언한 대학 교수, 역사교과서 집필진, 대학원생 등 젊은 역사학도, 역사교사, 학생 300여 명은 마스크를 쓰고 행진에 나섰다.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이이화 시민역사관 건립추진위원장, 비상교육 <한국사> 교과서 저자 도면회 대전대 교수, 두산동아 <한국사> 교과서 저자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 저자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행진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학문의 자유를 유린하는 이 오만불손한 정권에게 4월 혁명 때 거리에 나섰던 대학교수단 데모의 교훈을 일깨워주고자 연구실과 교실을 막차고 거리로 나섰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고치기 위한 ‘역사 쿠데타’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어떤 국가나 권력도 공동체의 기억을 통제하거나 획일적 역사관을 강요할 수 없음을 분명히 선언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싸움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전쟁이 아니라 권력과 학문의 싸움이자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이라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는 행동으로 쟁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4월 혁명과 6월 항쟁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학문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2권의 <한국사 이야기>의 저자인 이이화 위원장도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을 향해 “정신 차리시오”라고 일갈했다. 이이화 위원장은 “국정교과서는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고 내용적으로 군사독재를 옹호하고 독립운동을 왜곡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을 지낸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인식력이 있다면, 국정교과서 추진은 무리한 일이고 덫에 걸릴 일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기술한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 독산고 역사교사인 김육훈 교사는 “눈만 뜨면 정부·여당의 거짓말을 만난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교사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기 위해 TV 토론에 나가고 거리에까지 나왔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강사 권혁은(30)씨는 “신진 역사연구자들이 편안히 공부하기를 원한다”면서 국정교과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 다시 거리로 나선 고등학생들


▲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24일 오후 인사동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24일 오후 인사동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 “이번에도 우린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열린 3차 거리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24일 오후 인사동을 출발해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열린 3차 거리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24일 오후 인사동을 출발해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열린 3차 거리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24일 오후 인사동을 출발해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 청소년 행진 지켜보는 동생들 –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열린 3차 거리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이 24일 오후 인사동을 출발해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광화문광장에 나들이 나온 어린이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권우성

이에 앞서 오후 3시부터 중·고등학생 180여 명도 인사동 사거리에서 ‘국정교과서반대 3차 청소년 거리행동’에 나섰다. 수원여고 2학년생인 배예은·지혜경·김승빈(17)양은 “오늘 인사동에 놀러왔는데, 거리행동을 한다고 해서 참석했다”면서 “역사교과서는 ‘역사왜곡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다 알고 있다. 많은 분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천여고 2학년생 김혜인·송정수(17)양은 교내 역사 국정교과서 찬반투표 결과를 담은 팻말을 가져왔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은 “역사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역사가 바로서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1시간 정도 ‘자유발언’을 한 뒤 세종로 정부청사까지 행진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2015-10-24>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거리로 나선 역사 학자들 “오만불손한 정권에 4월 혁명 교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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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TV: 중고생, 교사 1천여명 ‘국정화 반대’ 촛불집회…”좌편향? 교과서 읽어보고 말하라”



▲ 24일 저녁 서울 태평로 거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촛불집회에 참가한 역사학자, 교사, 학생, 시민 등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촛불을 치켜든 채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집회는 애초 청계천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가 청계광장에서 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를 열어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역사 연구자·교사, 중고생 등 2천여명 행진

31일 3차 국정화 저지 범국민 촛불문화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물결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전교조와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466개 시민사회·역사단체들이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24일 오후 6시 서울시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연 ‘제2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는 2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촛불을 밝힌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외쳤다. 지난 주 열린 1차 범국민 촛불문화제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시민들의 참여로 파이낸스센터 앞 인도는 열기가 가득했다.


▲ 백일장 톡톡 튀는 문구들.


대학생 대자보 쓰기 운동을 제안했던 서울시립대 철학과 성치화씨는 “2017년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다. 그때에 맞춰서 국정교과서를 편찬하겠다고 한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외쳤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삭발도 마다하지 않았다. 역사를 가르치는 임선일 교사는 머리를 빡빡 깎은 채 “역사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역사 교육을 하고 싶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환호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이성대 지부장(오른쪽 둘째)과 소속 교사들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결의를 보이기 위해 삭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거리행동에 참가한 고교생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를 행진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앞서 종로구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열린 ‘청소년 거리행동’에 참석했던 청소년들도 촛불문화제에 함께했다. 이들은 직접 손으로 쓴 손팻말을 들고 무대 위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한 여학생은 “부천에서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한 어르신이 ‘어린 것이 역사에 대해 뭘 안다고 정치질을 하느냐’고 했다. 우리도 판단할 수 있고, 교육은 우리의 권리다. 어른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청소년들이 교육의 권리를 찾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 24일 저녁 서울 태평로 거리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촛불집회를 마친 역사학자, 교사, 학생, 시민 등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촛불을 든 채 청계천에서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밤 8시께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종각을 거쳐 서울시청까지 거리행진에 나섰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다음주 토요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3차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허승 고한솔 기자 raison@hani.co.kr


■10월 24일 청계광장을 다시 밝힌 ‘국정화 반대’ 촛불


■ 역사연구자들도 “국정화 반대”…거리로 나섰다


■ 청소년들 3차 거리행동 “국정교과서 거부합니다” 거리행진


<2015-10-24> 한겨레 


☞기사원문: “박정희 탄생 100주년 선물 ‘국정화’…분노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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