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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버티다 기한만료 이틀 남겨두고…법무부, 친일재산 환수 재심 늑장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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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억 걸린 이해승 재판 28일 만료

일제때 작위·은사금 17만원 받아

2010년 대법서 상고 기각 ‘환수 불발’


법 개정뒤 광복회 등 재심 요구에
법무부, 미적대다 뒤늦게 뜻 밝혀


법무부가 일본으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이해승의 재산 환수를 위해 재심을 청구하고 새롭게 민사소송을 낼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재심 청구 만료일(10월28일) 직전에 이런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여론에 떠밀린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는 재심 청구를 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이해승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등 민사소송을 새롭게 제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승 재산환수 사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성왕실의 종친인 이해승은 한일병합 직후인 1910년10월7일 발표된 조선귀족령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 후작 작위와 함께 현재 가치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은사금 16만8000원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친일재산조사위)는 2007년11월 이씨의 친일행적을 근거로 경기 포천의 임야 등 땅 192만㎡(당시 시가 318억여원)를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씨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 힐튼호텔 회장은 이듬해 2월 친일재산조사위가 내린 환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이경구)는 2009년 6월5일 “한일합병에 공이 있음이 인정돼 후작 작위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산 환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박병대)는 2010년 5월27일 “한일합병 당시 일제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합병에 기여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며 이씨 후손의 손을 들어줬다. 재산 환수의 근거가 된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특별법)에는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로 정의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후작 작위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같은해 10월 법무부의 상고를 기각해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씨의 재산환수가 물거품이 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국회는 2011년 5월 친일재산특별법을 개정해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문구를 제외했다. 하지만 이미 이뤄진 대법원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 후 광복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단체들이 재심 청구를 주장해왔지만, 법무부는 청구 기간 5년이 다 되도록 별다른 초저를 취하지 않아 왔다. 청구 만료 시한은 오는 28일까지다.


정철승 광복회 고문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무부가 일제 청산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을 일상 사무를 처리하듯 다뤄온 게 아닌가 한다. 그동안 여러 단체들이 재심 청구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만료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재심 청구 방침 등을 밝힌 것은 아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씨의 재산과 관련한 또다른 소송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친일재산조사위가 친일재산으로 판단했지만 이우영 회장이 2006년 228억원에 제3자에게 팔아 국가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친일재산 특별법 개정 뒤에 이뤄진 항소심에서는 국가가 승소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2015-10-25> 한겨레

☞기사원문: 5년 버티다 기한만료 이틀 남겨두고…법무부, 친일재산 환수 재심 늑장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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