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국정교과서 다음은 인터넷 여론통제다

443


3일 ‘5인 미만 언론사 퇴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인터넷 신문 사실상 허가제 전환, 언론자유 훼손 우려

박근혜정부가 3일 오전 국정교과서 확정고시를 강행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각기 다른 사건 같지만 목표는 같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여론통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국무총리와 대통령 재가만 남았다. 개정안의 핵심은 등록 요건 강화다. 취재 및 편집 인력이 5인 이상인 인터넷 언론사만 인터넷언론으로 등록할 수 있다.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가입내역 확인서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현행 법안은 3인 이상이면 등록 가능했다. 지난 8월 문화부는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인터넷신문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도형래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5인 미만 인터넷언론사를 모두 등록 취소하는 퇴출 절차를 밟았다. 모든 인터넷언론사와 기자들은 정부의 인터넷 언론 퇴출 시도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기존 언론사는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소급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4년 1776개 인터넷언론을 조사한 결과 1~4인을 고용한 인터넷신문사는 38.6%였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연 매출 1억 미만 사업자가 5명의 상시 인력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시행령은 전체 인터넷매체의 85% 이상을 정리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인터넷언론 등록요건 강화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인터넷 언론 등록 취소 위기에 처한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은 “미등록 언론이 되면 유사언론이 되고 기자 사칭이 된다. 관에서 취재를 거부할 수 있고 반론을 들을 수 없게 된다”며 “21세기에 기자 4명이면 사이비고, 5명이면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의 근거가 도대체 뭐냐. 기레기 문제가 기자 머리수의 문제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지웅 편집장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 없으면 기자를 세 명 운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이걸 국가가 재단하나”라고 비판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자신들이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들을 추가적으로 규제하려는 것이 현재의 정책 흐름”이라며 “(박근혜정부가) 온라인을 주요한 통제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검열에 준하는 시행령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며 위헌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장은 “표현의 자유가 시행령으로 규제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5900여 곳의 인터넷매체 등장으로 온라인 영향력이 오프라인에 비해 떨어지는 가운데 ‘인터넷신문 구조조정’으로 온라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주류언론과, 이들의 프레임을 확산시키려는 정부여당, 그리고 사이비 인터넷매체의 광고요구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주류언론은 어뷰징을 비롯한 온라인에서의 저널리즘 황폐화에 대한 책임을 인터넷신문으로 돌리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기존 언론권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언론시민단체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5-11-03>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국정교과서 다음은 인터넷 여론통제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