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8년 전에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관련 기술 수정 요구
국방부가 역사 교과서 집필 참여를 공식화한 가운데, 과거 국방부가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교육부에 보내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도록 요구했던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 국방부 “역사 교과서 집필 참여” 입장 파문)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08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그해 6월에 국방부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에 문제의 공문을 보내 교과서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당시 국방부는 금성출판사 교과서 내용과 관련해 “전두환 정부는(…)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하였다”고 기술된 부분을 “전두환 정부는(…)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른바 ‘색깔론’에 기대 전두환 정권의 폭압 정치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셈이다.
▲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국방부가 수정 요구한 교과서 내용을 담은 공문 일부 ⓒ안규백 의원실 |
국방부는 금성출판사 교과서 단원 제목도 수정을 요청했다. 당시 국방부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화’라는 제목을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확립시킨 이승만 대통령’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고, ‘헌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을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전두환 정부의 강압정치와 저항’을 ‘전두환 정부의 공과와 민주화세력의 성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국방부의 인식은 크게 논란이 됐었다. 국방부는 “남로당이 1948년 전국적인 파업과 폭동을 지시했고 그 같은 건국 저지 행위가 가장 격렬히 일어난 것이 제주도에서 4월 3일 발생한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이며 그 진압 과정에서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이 다수 희생됐다”고 규정하며 교과서의 4.3 관련 내용들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같은 규정은 역사학계에서 인정되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 2003년 정부가 밝힌 공식 진상 조사 결과와도 거리가 멀다. 경찰의 주민 무력 탄압이 4.3사건의 발발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이 사건을 ‘좌익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는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교과서에 대해서도 “이승만 정부는 남북분단 상황을 이용해 독재정권을 유지했다”고 기술한 내용을 “이승만 정부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했다”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8년 전의 역사 인식이지만, 폐쇄적인 국방부의 문화 등에 비춰보면 이같은 역사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와 군이 집필 과정에 직접 참여할 경우, 과거 군부 독재와 관련된 기술을 수정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4.3사건에 대한 왜곡 가능성은 높다. 실제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전날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군(軍)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밝힌 이유는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질문 때문이었다. 한 의원은 “4. 3사건에 대해서도 실제로 우리 군이 아주 폄하되어 있고”라며 “이번에 교과서 작업을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한 장관이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박세열 기자
<2015-11-06> 프레시안
☞기사원문: 국방부, 과거 교과서에서 “전두환 강압정치” 삭제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