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친일인명사전 보급 반대? 친일파 후손 아니고서야”

637

[인터뷰] 중고교 배포 이끌어낸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이제야 면목 선다”

기사 관련 사진
  친일인명사전 서울시내 중고교 보급을 이뤄낸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 서울시의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이제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분들과 독립지사분들께 면목이 서게 됐습니다.”


8일 오후 기자와 통화한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밝은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최근 김 위원장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한 장의 답변서를 받았다. 자신이 지난해 예산심의과정에서 확보한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이 드디어 집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교육청은 이 답변서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009년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한 질(전 3권)씩을 12월 중으로 서울의 중학교 333개교와 고교 218개교 등 551개교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551개교는 이미 학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보유한 학교와 자율형사립고 등을 제외한 숫자다. 친일인명사전은 일제강점기 일제에 동조해 친일 행위를 벌인 4389명의 행적을 수록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15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가결하면서 올해 안으로 1억7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고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구입·배포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일부 우익단체들의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소송으로 주춤한 탓에 늦어진 것이다.


“교육위원장으로서 이거 하나는 해내야 하지 않겠나”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8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정활동 중 가장 잘한 일로 중고등학교 친일인명사전 보급 예산을 책정한 일을 꼽았던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작년 10월인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운동’ 단체 소속이라며 서명운동 하고 있는 분을 봤는데, 2년간 겨우 30여 권 보급했다고 하더라”며 “순간 내가 시의회 교육위원장인데 이거 하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새겼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내 중고등학교를 전수 조사해봤더니 친일인명사전이 보급된 곳은 10%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김 위원장은 교육위 심의 과정에서도 혹시 모를 반발을 우려했으나, 3명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전혀 이의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며 “하긴, 친일파 후손이 아니고서야 누가 반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여름 악질 친일파를 응징하는 내용의 영화 <암살>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3번이나 봤다. 지난 광복절에는 8.15 70주년을 맞아 교육위 의원들과 함께 <암살>과 <친일인명사전>을 각각 추천영화와 추천도서로 선정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기사 관련 사진
  일제 시절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행적을 담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2009년 11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친일파 후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용서 구하는 것뿐”


김 위원장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친일파나 그 후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뿐”이라며 “역사책을 바꾸는 것으로는 절대 부끄러운 역사를 감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세력들이 발목을 잡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교육청이 조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소송 때문에 조심스러워 하는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조 교육감이 자신이 왜 교육감이 되려 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친일인명사전 보급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이 시점에서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머뭇거린다고 저들의 공격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몰라도 자사고를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다음 주에 예정된 행정감사에서 꼭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은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추진되다가 지난 2003년 국회에서 예산 5억원이 전액 삭감되었으나, 이를 개탄하는 <오마이뉴스> 기사의 한 댓글에 자극을 받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7억여원이 모금돼 2009년 완성할 수 있었다.


김경년 기자

<2015-11-08>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친일인명사전 보급 반대? 친일파 후손 아니고서야”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