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치인들의 아버지들이 모두 친일파다’라는 정말 설득력 떨어지는 찌라시가 돌더군요. 처음 찌라시를 보았을 때 이건 돌아봤자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글을 쓸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요일에 종북 공세에 이어 이제 친일공세까지 대한민국 상식의 수준이 어디까지 내려간 것인가를 보고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글을 씁니다.
1. 친일파 문제는 요렇게 접근하셔야 해요.
부모가 친일파라고 해서 자녀가 친일파는 아닙니다. 당연하죠.
그러면 일부 정치인 부모의 친일 행각이 왜 문제가 되느냐? 부친의 친일 행적을 적극 부인하려고 한 게 논란이잖아요. 부모가 친일파니까 너 정치 하지 마! 이런 말이 아니라 누가 봐도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역으로 애국을 했다고 하지 않나, 일제 시대 말단 소위가 무슨 친일을 했냐 식의 그럴싸한 문장으로 역사의 진실을 가리려고 하는 게 문제지 않나요?
찌라시를 만들려면 제대로 만듭시다. 신기남 의원 같은 경우는 예전에 이게 문제가 되어서 직위를 내려놓았던 적도 있잖아요? 잘못을 했으면 잘못했다, 친일을 했으면 친일을 했고 자식 된 도리로써 죄송하고 사과한다, 이러면 멋지잖아요.
김성수, 김활란같이 중일전쟁 이후 친일활동을 했던 분들에 관해 이해되는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친일활동에 대해 이분들이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던가요? 혹은 문서로라도 참회의 기록을 남겼나요? 그게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더구나 최근에는 여러 각도에서 친일을 합리화하는 논리가 펼쳐지더군요. 몇 가지 인상적인 공격이 있어서 소개도 하고, 답변도 달아드립니다.
2. 친일파 변호논리1
문> 이승만 대통령 친일 청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잣대로 광복 직후를 평가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광복 직후 우리나라 문맹률이 80%가 넘었습니다. 그리고 개화기부터 일제 점령기까지 나라를 이끌 만한 배움을 가진 분도 수가 적을 뿐더러, 그 당시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 아니면 일본치하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이후 입법, 사법, 행정부를 가진 나라를 세워 본 적이 없는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수립하고 굴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부득이하게 일본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을 쓴 면이 있지요~ 그리고 이건 김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일파라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의 친일청산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거 같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일한 것만으로 친일파라면 그 당시 면사무소 직원도 친일파네요. 그것도 공무원에 지원해 일했으니 적극 가담자인가요? 공업이고 상업이고 발달이 안되어 먹고 살 것이 없던 시대, 땅 파먹고 사는 농부가 아닌 이상 돈벌고 좀 더 나은 생활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일제 치하라도 공부하지 않았겠습니까? 면서기라도 안했겠냐구요? 학교 선생님은요? 좀 스펙트럼을 넓혀 생각해보시죠~
답> 정말 웃기지도 않는 궤변입니다. 아니 전형적인 물타기 논리죠. 해방 때 우리 민족 전체가 3천 만, 반민특위 때 잡혀온 사람이 300명 정도입니다. 학교 선생님, 면사무소직원 다잡아 온 줄 아십니까? 그리고 친일인명사전을 보더라도 5천을 넘지 않습니다. 더구나 반민법도 그렇고 인명사전도 그렇고 모두 엄격한 기준과 등급을 가지고 평가했죠. 어디 함부로 이런데 들어와서 궤변을 늘어놓나요?
그리고 말씀 잘 하셨는데 당시 면사무소 직원, 학교 교사들 친일의 최전선에 있다는 비판 못 피합니다. 위안부 동원 및 각종 물자 동원에서 적극적 행동을 보였던 사람들 한인 면사무소 직원 맞구요.
일제 때 학교 선생 아무나 되지 못했습니다. 사범대학에 대한 일제의 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데요. 이런 사람들 모두 친일파라고까지 부르지는 않지만 역사 앞에서 큰 죄를 지었고 친일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상대는 자료와 기준을 갖고 얘기하는데 그럴 듯한 말장난으로 왜 이딴 짓을 합니까? 아베가 ‘침략은 기준에 따라 다르게 정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풋!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구요? 그러면 일부 친일 기술자들만 받아들였던 북한은 어떻게 1971년까지 남한 경제를 앞섰나요? 이승만은 국가 운영 경험이 없었는데 어떻게 대통령을 했고, 김병로는 어떻게 대법원장이 되어서 지금까지 존경을 받죠? 조봉암이 농림부장관이었다고 농업에 문제 있었나요? 말도 안되는 주장 좀 그만하세요.
마지막. 기존 교과서 읽어보신 적 없죠? 수능이나 한국사능시 공부해 본 적 있나요? 교과서에 어디 친일문제 청산 실패를 주구장창 이승만의 죄처럼 몰아 씌운 내용이 나오나요? 시험에서도 반민특위 반대 선언과 반공주의로 친일문제 덮는 것만 나와요. 님께서 득달같이 지키고 싶고 왜곡하고 싶은 내용들 분량상 제대로 반영도 안되어 있고 그렇게 강조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반대를 할 거면 사실과 내용을 갖고 반대하세요. 대체 이게 뭡니까?
3. 친일파 변호논리2
문> 군조직과 시스템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시네요. 너무 황당하게 들릴 정도의 궤변입니다. 인적 자원이 부족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한국전쟁이 왜 ‘대위들의 전쟁’으로 불릴 만한 상황이었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사단급 제대를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은 전무했고, 그나마도 일본군 출신이 없었다면 한국전쟁 당시 국군은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답> 무지막지한 소리입니다. 그러면 1945년 당시 1950년 한국전쟁을 예비하고 맥아더가 친일파를 온존시키려고 했단 말입니까? 예정설도 아니고 이렇게 결과에 끼워 맞추는 주장이 어딨습니까?
더구나 백선엽은 34살에 육군대장 됐지요. 친일 군인들의 수준이 이 정도였는데 그들이 전쟁에 필수적인 요소였다구요? 그리고 전쟁에서 싸우다 죽어갔던 숱한 우익청년들이나 학도병들이 모두 친일 장교들에게 훈련받아서 남침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더구나 이는 임시정부 광복군의 훈련 수준도 무시하는 말입니다. 미국과 장제스에 의해 오랜 지원을 받았고 OSS와 서울 진공 작전까지 했던 게 광복군의 훈련 수준이었습니다. 못지않은 독립군들도 많았구요. 고작 간도에서 독립군 잡던 소좌들과 비교가 되는 줄 아시나요?
그리고… 아무리 북한이 미워도 그렇지 동족 막겠다고 친일파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건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정말 악독한 말이군요. 최소한의 명분을 갖고 논지를 전개했으면 합니다. 아!! 제가 이제 북한을 동족이라 얘기했으니 반공프레임으로 몰기하면 되겠네요. 세상살이 참 편해요~ 한민족의 적이 친일파입니까, 아닙니까? 예-아니오 중에 하나만 답하세요
심용환/ 역사 강사, 깊은계단&5분인문학 대표
심용환 | lyanga@naver.com
<2015-11-04> 유코리아뉴스
☞기사원문: 심용환의 국정화 찌라시 청소 대작전 7탄 – 친일파
※관련기사
☞한국대학생포럼의 ‘통합교과서,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에 답하며
☞심용환의 국정화 찌라시 청소 대작전 4탄 – 탈북자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