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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지원자 수도 못 밝혀”…유신보다 더한 ‘밀실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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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완성 때까지 비공개시사


지난 4일 시작된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모가 9일 마감됐지만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지원자 수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73년 박정희 정부 시절 중·고교 국사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됐을 때도 교과서 집필 시점에 집필진 8명 전원을 공개했다. 유신 때보다도 국정화 절차가 더 ‘비밀주의’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와 집필진 검증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편 관계자는 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집필진 공모 인원 25명은 넘게 지원했다”면서도 “몇 명이 지원했는지, 지원자 수를 언제쯤 발표할지는 논의 중”이라고만 말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집필진을 보호해 일단은 자유롭게 책을 쓰도록 하는 게 우선이고, 책이 완성되면 왜 공개 안 하겠느냐”며 교과서 완성 시점까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교육부와 국편의 비공개 방침은 그간 집필진 구성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밝힌 내용들을 뒤집는 것이다.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때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하겠다. 집필에 들어가면 집필진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황 장관이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뒤 공모 마감일인 9일엔 몇 명이 지원했는지조차 숨기는 상황으로 후퇴했다.


교육부는 교과용도서의 편찬준거·집필세목·원고를 심의하는 편찬심의위원 공모를 9일 오후 홈페이지에 공지했지만, 20명 내외 심의위원 중 몇 명을 공모하고 몇 명을 위촉·지정할 것인지, 심의위원을 공개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모두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밀실 집필에 이어 밀실 심의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1973년 6월23일 박정희 정부 당시 문교부는 중·고교 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 방침을 밝힌 후 그해 9월15일엔 언론에 ‘중·고 국사교과서 집필진 8명 선정’ 기사가 보도됐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국정교과서 논란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참가하는 분들은 뚜렷한 신념이 있어서 참여하는 것일 테고, 나중에 이름이 공개될 저서를 쓰면서 오히려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떳떳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송현숙·정원식·심진용 기자 song@kyunghyang.com

<2015-11-09> 경향신문

☞기사원문: “필진 지원자 수도 못 밝혀”…유신보다 더한 ‘밀실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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