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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펼치는 사람 늘었다…‘국정화’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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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단체연석회의 대표자들이 ‘한국사 교과서 알기-우리가 직접 읽어보겠습니다’ 캠페인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 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역사공부 열풍


‘친일인명사전’ 앱스토어 도서2위

국정화 고시뒤 판매량 13배 껑충

30만원 종이책 판매량도 2배 늘어

교사·시민단체 꾸린 역사강좌엔

사람들 ‘북적북적’…“자리 부족


박근혜 정부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시민들 사이에 역사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는가 하면, 교사·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7일 민족문제연구소의 설명을 들어보면 평소 애플·구글·에스케이(SK)플래닛 세 군데 앱 장터를 합쳐 월 평균 90개 가량 판매되던 <친일인명사전> 스마트폰 앱(가격 1만원)은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한 3일부터 17일까지 1200개 가까이 판매됐다. 보름 사이에 월평균 판매량의 13배 가까이 팔린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 도서 부문에서 친일인명사전의 판매 순위는 <성경>에 이어 2위다. 친일인명사전 앱은 2009년 출판된 3000쪽 분량의 <친일인명사전>을 2012년 스마트폰 앱으로 옮겨 출시한 것이다. 종이책 역시 3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평소 월 평균 판매량 50~60권에 견줘 2배쯤 판매가 늘었다.


임선화 민족문제연구소 기록정보팀장은 “삼일절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 판매량이 늘긴 하지만 국정화 고시 이후에 놀라운 수치로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애플 앱스토어 구입 후기에는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 국가에 미래는 없습니다. 더 힘내어 주십시오” “이런 앱이 있는 걸 알았으니 구매해야죠. 현 정권 하에서는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까요” 등의 글들이 올라와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교육단체와 역사단체를 중심으로 ‘제대로 역사를 공부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흥사단·와이엠씨에이(YMCA) 전국연맹 등이 모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검정)교과서 알기 시민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말하는 국정화의 이유는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좌편향성’이다. 시민들과 직접 검정 교과서를 읽고 정부 주장의 정당성을 확인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참여 단체별로 유휴 공간을 활용해 교과서 읽기 소모임을 꾸린 뒤 시민들이 검인정 교과서를 직접 읽고 분석·토론하겠다는 것이다. 첫 모임은 흥사단을 중심으로 12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문성근 흥사단 기획정책국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역사 교과서 톺아보기’ 토론회에도 많은 시민이 몰려 70명 규모의 강의실이 부족했다. 일부 시민은 앉지도 못한 채 밤 늦게까지 토론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기독교 계열의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도 오는 7일까지 월요일마다 ‘기독교사를 위한 역사특강’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16일 첫 특강에선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가 ‘일제강점기의 쟁점과 기독교’를 강의했다. 오는 23일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연사로 나선다. 좋은교사운동 쪽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교사 실천운동의 하나로 교사들부터 우리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과)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나의 역사관은 무엇인가’ ‘내가 친일·독재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친일의 역사, 독립운동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었나’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이런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국정 교과서에 가둘 수 있다고 믿는 정부의 생각은 정말 바보같은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2015-11-17> 한겨레

☞기사원문:
역사책 펼치는 사람 늘었다…‘국정화’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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