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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립묘지 한복판 ‘친일 노래 나무패’ 논란속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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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국립묘지 정자 내 ‘선구자’ 노래패 철거

(서울=연합뉴스) 현충원 정자 중 하나인 일송정에 붙어 있던 조두남 작곡, 윤해영 작사 ‘선구자’ 나무패를 현충원이 19일 철거했다. 조두남, 윤해영은 친일 논란을 겪는 인물들이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제공>>

현충원 정자에 2013년 설치된 ‘선구자’ 나무패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서울 동작구 현충원 국립묘지 정자에 친일파 논란을 겪는 인물들이 작곡, 작사한 노래가 3년 가까이 적혀 있다가, 시민 항의가 잇따르자 최근에야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현충원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충원 정자 중 하나인 일송정에 조두남이 작곡하고 윤해영이 작사한 노래 ‘선구자’가 적힌 나무패가 최근까지 붙어 있다가 19일 철거됐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선구자’는 만주 평원에서 일제와 맞서 싸우다 스러진 독립투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가곡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조두남과 윤해영 모두 친일 논란에 휩싸이면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선구자’ 또한 애초 ‘용정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일본군을 다룬 노래를 해방 후 마치 독립군 노래인 것처럼 바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친일 음악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나무패가 현충원에 붙은 것을 알게 된 민족문제연구소가 동작구에 있는 주민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현충원이 이를 급히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현충원 국립묘지 정자 내 ‘선구자’ 노래패

(서울=연합뉴스) 현충원 정자 중 하나인 일송정에 붙어 있는 조두남이 작곡하고 윤해영이 작사한 노래 ‘선구자’ 나무패. 조두남, 윤해영은 친일 논란을 겪는 인물들로, 현충원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동작구에 있는 주민단체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이를 19일 철거했다.<<친가유씨 제공>> 현판


대전과 서울에 있는 현충원은 1990년대에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인사 상당수가 묻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금도 과거사 청산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서훈이 취소된 친일파 김홍량의 묘는 4년이 흐른 지난달에야 이곳에서 이장됐다. ‘가짜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김정수는 여전히 부인과 함께 이곳에 묻혀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조만간 현장답사를 나가 현충원의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청산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선각자 나무패 외에도 독립투사 강우규 의사 묘비에 적힌 ‘절명시’의 한자 단어가 잘못됐고, 5·18 때 사망한 계엄군 20여명의 묘비에는 전쟁터에서 적과 싸우다 죽었다는 의미의 ‘전사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등 현충원에는 적잖은 문제가 숨어 있다”고 전했다.

현충원은 이에 대해 “정자 이름이 ‘일송정’이고 옆에 커다란 소나무가 있어 ‘선구자’를 적은 것이지 별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그때 설치를 결정했던 분들도 다 퇴직했고, 방문객들이 종종 지적해 문제가 있다고 느껴 철거했다”고 해명했다.


kamja@yna.co.kr


<2015-11-22> 연합뉴스

☞기사원문: 서울 국립묘지 한복판 ‘친일 노래 나무패’ 논란속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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