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시민단체 ‘1871 파리코뮌의 친구들’ 바지르 사무총장 방한
ㆍ“국정 집필 불참에 ‘좌익’ 내모는 한국처럼 유럽도 상황 비슷”
한국을 방문 중인 프랑수아즈 바지르 ‘1871 파리코뮌의 친구들’ 사무총장(67)은 24일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극우가 대두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청소년들을 극우로 이끄는 순환고리를 끊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민족문제연구소 5층에서 열린 이 연구소 박한용 실장과의 대담에서 친일 후손들이 극우 행보를 걷는 한국의 현실과 최근 불거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에 관해 논했다.
대담에서 박 실장은 “한국의 극우는 식민지 때는 일본에 협력하고 해방 후엔 친미적 성향을 보였다. 즉 민족주의 없는 국가주의로, 이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건 애국심 없는 반공주의”라며 “그 탓에 지금도 한국에서는 친일 문제 언급이 금기시돼 종북으로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바지르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내용을 한국의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가”라며 “국가는 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국가의 목소리가 아닌, 양심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알려지고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드골 전 대통령에 대해 프랑스 사람들이 좋게 평가를 하는 이유는 그가 국가주의자였음에도 나라의 부를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즈 바지르 ‘1871 파리코뮌의 친구들’ 사무총장은 24일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성일 기자
바지르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는 역사학자들이 좌익으로 몰리는 한국의 현실을 두고 “한국이 분단이라는 특수성과 독특함이 많기는 하지만 유럽에서 극우가 커지는 것과 같은 보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들도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표 마린 르펜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바지르는 극우세력이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좌파’로 몰아 사라지게 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정치적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도 제대로 된 교과서로 가르치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자라 극우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것 같다”며 “교육이 청소년들을 파시즘으로 이끄는 순환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바지르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1871 파리코뮌의 친구들’은 1871년 프랑스에서 노동자와 민중이 선거를 치러 ‘파리코뮌’을 구성했다 정부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된 역사를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1882년 창립된 시민단체다. 각종 전시회, 콘퍼런스 등을 담당하고 있는 바지르는 코리아국제포럼의 초청으로 지난 23일 한국을 찾았으며 27일까지 서울대·서강대 등에서 강연을 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2015-11-24>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