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상 문제 ‘기존 정부 해결 못한 노력 인정’ 강변…합의 문제 대국민담화문엔 빠져
박근혜 대통령은 끝까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방문할 계획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한일 양국 위안부 합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역대 정부가 해결을 외면한 탓도 있다고 둘러댔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문 발표 자리에서 한일 양국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체 발언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 질문을 받고 굴욕 합의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질문은 모두 네 번에 걸쳐 나왔다.
박 대통령은 첫번째 질문을 받고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남은 여생 편안한 삶의 터전을 가지도록 이행해 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분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직접 할머니를 찾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년간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심지어 포기까지 했던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면서 “그런 어려운 문제를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지금할 수 있는 최상의 어떤 걸 받아내 제대로 합의가 되도록 노력한 건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유엔과 국제회의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압박해온 대통령의 노력도 감안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조차 못해놓고 이제와서 무효화 주장을 하고 정치 공격 빌미로 삼는 건 안타까운 모습”이라며 협상 무효화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칼날을 댔다.
▲ 지난해 12월30일 열린 수요집회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합의 내용 중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 일본은 아베 총리가 “이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정사실화하면서 쟁점이 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정부가 소녀상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자꾸 왜곡하고 이상하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없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소녀상 이전에 대한 양국간 이면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호한’ 입장이 필요한데도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관여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협상의 형식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두번째 질문을 받고도 “수차례 당사자들이나 관련 단체와 만나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들었고,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를 담아내느라 말도 못할 힘든 과정이 있었다. 이 정도 노력 했으면 완벽하지 않아도 평가할 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할머니를 만날 계획이 갖고 있느냐는 내용의 세번째 질문 끝에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가 아물면서 몸과 마음이 치유돼 가는 과정에서 뵐 기회가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위안부 협상 문제가 대국민 담화문에서 빠진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웃는 한심한 결과를 내놨으니 협상을 잘했다고 당당히 못 내놓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지난해 12월30일 열린 수요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김 연구원은 “이렇게 합의할 거면 역대 정부 누가 합의를 했겠느냐. 정확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과 책임 부분을 밝혀야 하는데 이번 합의가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고노 담화 당시 군이 관여했다는 것과 군이 지휘했다는 것하고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기존 담화보다 사실상 후퇴한 내용인데 노력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이 우습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정부 당국과 관련단체가 수차례 만나 요구 내용 등을 논의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여성가족부와 외교부가 1년에 한두차례 만나는 정기적인 자리를 놓고 얘기한 것이라면 정부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예를 들어 일본 정부에서 돈을 주겠다고 하면 재단을 만들던지 직접 보상을 하던지 피해자에게 물어야 하는데 절대 묻지 않고 임의적으로 재단을 만들기로 합의해놓고 할머니를 설득한다고 되겠느냐”라며 “대통령 스타일상 할머니들을 찾아가지도 않겠지만 협상을 이처럼 해놓고 챙피해서 가지고 못할 것이다. 최고통수권자가 움직이면 그만큼 의미도 있고 선물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잘못했으니까 용서해달라고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6-01-13>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