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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 떨어져? 친일인명사전, 교육부도 업무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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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교육부·법원·보훈처 등 ‘사전’ 편찬처 인물정보 85번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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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인명사전 편찬처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인물정보조회 현황’ 문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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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민족교육’ 관련 업무를 펼치면서 친일인명사전을 활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육부와 법원, 검찰, 행정자치부 등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전 편찬처에 친일 관련 인물정보를 조회한 횟수가 85번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친일인명사전 뒤져보고 편찬처에 연구 맡기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지난 5일 자료를 통해 “친일인명사전은 편향 논란이 있는 서적으로, 이를 학교에 비치해 교수·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교총 등 일부 보수단체가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서울지역 학교 배포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교육부와 법원 등 정부기관이 친일인명사전과 편찬처의 인물정보를 업무에 활용해온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달의 스승’ 선정 작업을 벌이면서 친일인명사전을 활용해 관련 인사들의 친일 행적을 점검했다. 지난해 3월 복수의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의 스승에 대해 친일인명사전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9일 낸 보도자료에서도 “3월의 스승으로 선정된 최규동 선생은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친일인명사전을 검토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서적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인물정보조회 현황’ 문서에 따르면 교육부를 비롯하여 행정자치부(구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국가보훈처, 서울중앙지법, 검찰청 등에서 친일 인물정보 제공을 여러 번 의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이후 국가기구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뢰한 횟수는 모두 85차례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12일 민족문제연구소에 ‘이달의 스승’ 선정자 12명에 대한 인적사항 연구조사를 의뢰했다. 이어 5월에도 인물 3명에 대한 검증조사를 추가로 요청했다.


여성가족부도 지난해 9월 16일 어린이 홈페이지에 게재할 역사 인물 22명을 뽑으면서 민족문제연구소에 대상자의 친일행적을 조사를 의뢰했다. 2010년 11월 5일에는 국가보훈처가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독립유공자 20명에 대한 친일이력 조사를 이 연구소에 의뢰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의정부지법은 각각 2014년 8월과 2013년 8월에 친일 인사에 대한 행적 조사 등을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하기도 했다. 수원지방검찰청도 2006년 5월에 친일행적 의심자에 대한 친일인명사전 동명이인 여부 등을 민족문제연구소에 요청했다.


한국교총 “객관성 떨어진다”, 민족문제연구소 “공신력 트집은 이율배반”


친일인명사전 학교 배포는 2014년 12월 서울시의회 교육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해 결정한 것이다. 새누리당 시의원들도 모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예산을 올해 2월 집행하자 한국교총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교총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친일인명사전은 편향성 논란과 더불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서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교총은 그러면서 “이를 학교현장에 비치하고 교수·학습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는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에 서울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교육부와 법원, 국가보훈처 등이 친일인명사전과 민족문제연구소의 공신력을 인정해 인물조회 등 연구의뢰를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사정이 이런데도 친일인명사전의 학교배포를 반대하는 일부 단체가 사전과 우리 연구소의 공신력에 트집을 잡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 국장은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모두 이겨 사법부도 인정해준 친일인명사전이다. 학교도서관에 배포하는 것을 왜 문제 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9년에 나온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주관했지만 독립기념관 연구위원, 국사편찬위원 등 역사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친일부역자 모음집이다. 4389명의 친일부역자 이름과 행적이 실려 있다. 1994년 시작된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은 국회에서 예산편성을 통해 지원했다. 하지만 발간비용은 시민들의 소액모금으로 충당했다.

윤근혁 기자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2016-02-1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객관성 떨어져? 친일인명사전, 교육부도 업무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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