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부터 새 교명 적용 교가·각종 시설 내 ‘백일’ 변경 작업
“기록 남겨 역사교육 활용 필요”…교육청 “학교 측과 검토해볼 것”
▲ ‘백일로’에서 명칭이 변경된 광주 서구 화정4동 학생독립로. 인근 백일초등학교도 3월1일부터 성진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뀐다.<광주드림 자료사진> |
친일파 김백일 장군의 이름에서 유례된 서구 화정4동 백일초등학교의 교명 변경 작업이 모두 완료돼 3월1일부터 성진초등학교라는 새로운 교명을 사용하게 된다.
학교 측은 각종 시설 등에 들어있는 ‘백일’ 명칭을 ‘성진’으로 변경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흔적을 지우기 전 기록물을 남겨 역사교육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백일초를 ‘성진초’로 변경하는 내용의 ‘광주시립학교설치 조례’ 개정안이 지난 4일 광주시의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에 따라 3월1일자로 새로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90여 명을 비롯해 기존에 ‘백일초 학생’으로 학교에 다녔던 재학생들도 ‘성진초 학생’이 된다.
학교 측은 3월2일 입학·개학식에 앞서 신입·재학생 가정에 교명 변경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했다.
교명 변경과 관련한 별도의 기념행사 등은 준비하지 않고 입학·개학식 당일 조회석상을 통해 간단하게 교명을 변경하게 된 이유 등을 다시 학생들에 설명할 예정이다.
또 학교 교표(마크), 외벽 시설물 등의 ‘백일’ 명칭도 ‘성진’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일의 동산’ ‘우리의 백일’ 등 교가 가사도 ‘성진’으로 수정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백일’ 명칭 유례나 그동안 사용된 흔적들을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진정한 친일 청산을 위해 남겨야 할 역사적 기록들이 자칫 다 사라져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에서는 화정4동 일대 ‘백일’ 관련 명칭이 들어간 시설, 기록 등을 남겨 역사교육에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화정4동에서는 일제강점기 광주비행장 연료고로 추정되는 동굴이 발견돼 시교육청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일대를 포함한 ‘역사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백일’과 관련한 기록들도 활용해 보자는 게 시민단체들의 생각이다.
시민모임의 이국언 대표는 “지금 우리가 해야 될 것은 낙서를 지우는 것과는 다르다”며 “백일 명칭을 변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숨은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가 뭘 얻었고 남겨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충분히 고려해 볼 내용인 것 같다”며 “기록을 남기는 방안에 대해 학교 측에 적극 얘기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4년 화정4동 백일지구가 친일파 김백일 장군의 이름에서 유례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백일지구 내 도로명 주소나 어린이공원에도 온통 ‘백일’이 들어가 있어 지역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백일의 유례가 된 김백일 장군은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 잔존한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한 특수 목적을 띤 독립군 토벌 부대 ‘간도특설대’ 창설을 주도하고 직접 활동한 인물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친일인사로 등재된 것은 물론 2009년 11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 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 명단에도 포함됐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2016-02-15> 광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