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 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배포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 교육감은 97주년 삼일절을 맞아 “학교 도서관에 겨우 친일인명사전 한 질(3권)을 구비하는 것이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동주’, ‘귀향’ 등을 볼 때 우리는 아직 그 때의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청산되지 못한 역사에 대한 공분도 함께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육감은 “97년 전 3월1일 일제에 맞서 독립을 외친 류관순 열사와 우리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과 처절한 저항의 역사 앞에 후손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4일 서울 시내 중·고교 583곳(공립 311곳, 사립 272곳)에 예산 1억7490만원을 내려보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한 집을 각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고 이달 26일까지 예산 집행 여부를 보고하라는 취지다. 친일인명사전 한 집은 총 3권으로 가격은 30만원이다.
하지만 일부 중·고교 교장들은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거부하거나 집행을 보류하고 있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책을 학교에 비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다.
서울시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거부하거나 집행을 보류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예산 집행을 다시 요구할 방침이다.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은 서울시의회 여·야 합의를 거쳐 편성돼 학교에 목적사업비로 교부된 만큼 학교는 예산을 목적에 맞게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은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지지하거나 독립을 방해하는 등에 앞장선 4389명의 친일행적을 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작곡가 안익태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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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미 기자
<2016-02-29>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