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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만 ‘친일 기록’ 외면…국정화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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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사법부도 민족문제연구소에 친일행적 조회


▲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시의회 본관 앞에서 ‘친일인명사전 4,389명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배포’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일종의 ‘국정화 콤플렉스’ 아니냐는 평가를 자초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물론 법원과 검찰까지 민족문제연구소에 ‘친일 행정조회’를 의뢰하고 있지만, 유독 교육부만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


특히 교육부가 불과 일년전만 해도 ‘이달의 스승’ 사업 과정에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전문성을 ‘공인’했던 걸 감안하면, 이같은 ‘돌변’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이후 불거진 ‘친일 미화’ 논란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가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막고 나선 주된 논리는 이렇다. 특정 민간단체에서 발행하는 데다, 내용 면에서도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부는 일년전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한 인사들이 친일 논란에 휘말리자, 이들의 행적에 대한 조사를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이달의 스승’ 12명 가운데 8명에 대해 친일 행적 논란이 있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특히 민족문제연구소의 이같은 의견에 따라 일제강점기 인물 중심이던 ‘이달의 스승’ 선정 대상을 아예 일선 퇴직 교사로 바꿔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친일인명사전 배포 국면에선 ‘자가당착’에 가까운 논리를 펴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의 다른 부처나 사법기관의 경우를 봐도 교육부의 이같은 주장은 설 자리가 없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만 해도 지난해 8월 민족문제연구소에 어린이 홈페이지 등재 역사인물 중 22명의 행적 조회를 의뢰했다.


당시 연구소는 ‘한국을 빛낸 위인’ 5명 중 무용수 최승희는 친일행적이 있고, ‘한국 최초의 여성인물’ 17명 중 첫 여성장관인 임영신은 흠결이 있다고 회신했다.


또 첫 여성 비행사는 박경원이 아니라 권기옥이라고 회신했고 여가부는 이를 반영해 수정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에 의뢰를 했는데, 행적조사는 자기들이 직접하지 않고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해서 한다고 해 이곳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 부처는 물론 지자체, 심지어는 법원과 검찰까지 역사인물 선정 등 각종 기념사업은 물론 소송, 재판 등에 활용하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에 대상자에 대한 친일행적 조회를 의뢰하고 있다.


자칫 친일파가 역사인물에 선정되면 반발은 물론 기념 사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행적조회 결과는 재판에서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민족문제연구소가 국가기관에 친일 행적 조회를 해준 건수만 80여건에 이른다.


국가보훈처, 문화체육관광부, 옛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 여러 지자체는 물론 군(제1군단사령부), 검찰(수원지방검찰청), 법원까지 망라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의 친일 행적 조회는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그리고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만 보더라도, 서울중앙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 거제·군포·속초시청 등 8곳이 민족문제연구소에 친일행적 조회를 의뢰했다.


근대사 인물에 대한 정확하고 가장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민족문제연구소의 권위는 물론 객관성과 공정성, 공신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연구소는 국내 최대의 근대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그래서 정부부처나 사법부, 지자체 심지어는 검찰조차도 연구소에 인물정보 조회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지난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김성수 동아일보 설립자,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등 4,389명의 친일행적이 수록돼 있어 이와 연루된 세력의 강한 반발을 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교육부가 ‘제대로 된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무시한 채 또 다시 친일청산 작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CBS노컷뉴스 박종환 기자

<2016-03-04> 노컷뉴스

☞기사원문:
교육부만 ‘친일 기록’ 외면…국정화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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