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등 “국정화교과서 철회 투쟁한다”… 서울·광주교육청 교사연수·보조교재 추진
2016년 1학기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배포된 ‘오류투성이’ 국정 사회(역사)교과서에 대한 학교 현장의 반응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육의 위기”라며 “박근혜표 초등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촉구 및 현장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교육부가 학교 현장에 배포해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사회(역사)교과서에 박정희·이승만 정부를 강조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축소하거나, 근현대사 특히 일제강점기를 축소하는 등 편향되게 서술했다고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역사적 사실 오류나 부적절한 표현, 비문 등 총 124곳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존 교과서에서 삭제된 표현으로는 위안부’ ‘계엄군’등의 용어와 박정희 정부를 설명하면서 ‘독재’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부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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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스티커 교과서 사용해야
▲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 폐지를 주장하며 현장 대응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혜경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우리는 불량교과서를 현장에서 스티커 교과서로 부르기 시작했다”며 “오류가 있는 본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뭐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교과서를 만든 집필진의 이름조차 밝히길 거부하고 있는데 교과서는 몇몇 집필진이 재구성한 자료이므로 교과서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학교 현장에서 이번 1학기부터 이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이용기 전교조 정책실장은 “전국적으로 교사 연수를 전개할 것”이라며 “서울지부는 오는 19일 6학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고, 전교조 본부에서도 오는 27일 연수를 진행하며 공동수업 대표자를 시도지부별로 선발해 수업자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국정교과서의 오류를 바로잡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한 방안이다.
전교조는 위 연수를 받은 교사들에게 4월 초에 1주일간 전국 동시다발 공동수업을 진행하게 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전교조 원격연수원, ‘교육희망’, ‘우리아이들’ 등 매체를 통해서도 홍보할 예정이다. 또한 해당 자료를 시도교육청에 의뢰해 교육정보원 홈페이지에 보조교재로 보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앞으로 나올 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런 교과서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실험본 교과서도 약 350개의 오류가 발견되는 등 지속적으로 오류가 나타나는데 이 연구위원은 국정교과서 체제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 폐지를 주장하며 현장 대응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따라서 전교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를 넘어 초등학교 5개 교과(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교과서의 검인정화”를 요구했다. 이 실장은 “교과서를 국정으로 할지 검인정으로 할지의 권한은 교육부 장관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정치적 편향성이 발생한다”며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산하에 학계, 교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사회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고 이곳을 통해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도 교과서 오류 해결에 나서
한편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과 광주시교육청(교육감 장휘국) 등은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음달 중 교사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오는 15일 자체 자문기구 ‘민주사회를위한역사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초등학교 6학년 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이번에 배포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역사)교과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특히 5·18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해당 교과서에서 ‘계엄군’이라는 용어와 사진이 빠진 것 등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전북·광주·세종·강원 등 4개 교육청이 중고등학생용 역사 보조교재를 만들고 있는데 광주시교육청은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초등학생용 보조교재도 만들 예정이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6-03-09>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스티커 덕지덕지 초등 교과서, “이대론 못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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