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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독일인 찾았던 나치 교과서, 올바른 국정교과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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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거리에서 국정교과서를 묻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기획·편집/ 민족문제연구소 펴냄


“현대사회의 ‘교육’을 ‘세뇌’로 바꿔 읽는 게 더 이해하기 쉽다”고 말한 건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다. 한국사회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세뇌’시키고 있을까?


서울대 교수학습센터는 과연 어떤 학생들이 서울대에서 높은 학점을 받는가에 대해 연구했다. 비결은 ‘암기’였다.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모든 강의를 녹음하고 노트북으로 받아적어 수업 내용 전부를 외웠다. 농담이나 수업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까지 다 외웠고, 의문을 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요약·압축도 금지였다. (EBS 다큐프라임 ‘시험’)


▲ EBS 다큐프라임 ‘시험’ 화면 갈무리. 서울대에서 노트필기 습관과 학점은 정비례한다.

연구진들은 놀랐다. 노트필기로 학점을 잘 받았을 거라는 예상을 아무도 못했기 때문이다. 노트필기 습관은 학점과 정확하게 비례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학생들은 점점 수용적인 태도로 변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비판적 사고를 할 시간도 없고, 그래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시험은 ‘일치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 혹은 ‘적절하거나 적절하지 않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다. 시험이 곧 교육이고, 사교육 뿐 아니라 공교육의 목표다. 한국사회는 이미 교육과정을 통해 수용적인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을 교육할 것인가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제다.


교육과정을 주도하는 교육부는 역사교과서의 전권을 틀어쥐고 정권의 역사관을 주입할 수 있게 결정했다. 국정교과서가 발표되면서 역사왜곡과 오류가 수백 곳이나 발견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잘못된 내용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우려된다.


[관련기사 : 초등 교과서, 이승만 14번·박정희 12번·김대중은 0번]


나치 역사교과서, 진실한 사람 만들기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발표했다. 이동기 강릉원주대 교수는 “전체주의적인 역사서술에서는 평범했던 형용사들 ‘진정한’, ‘진실된’, ‘순수한’, ‘올바른’ 등의 말이 등장하며 이 말들이 갑자기 공격과 배척의 함의를 지니게 된다”고 비판했다. ‘올바른 교과서’는 기존 검정체제의 교과서를 배척하며 ‘진실한 사람들’은 비박계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다.




나치집권기 교과서에는 ‘진정한 독일인’, ‘순수한 민족’ 등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게르만 민족이 아닌 유태인, 집시 등을 학살하는 근거로 발전한다. 나치 초기의 교과서 역시 현 한국의 국정교과서처럼 오류가 많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종주의적 관점에서 어떻게 종합적으로 새롭게 서술할지 혼선이 있었고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치는 7~8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교육의 내용을 정했고 이질적인 세력은 배제한 뒤 특정 인물들만 교과서를 집필하도록 했다. 지난 18일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최근 국사편찬위원 16명 가운데 9명을 교체했는데 국정화에 반대했던 인물을 배제하고 국정화를 찬성했던 인물로 새로 위촉했다.


나치가 ‘진실한 독일인’, ‘순수한 민족’을 강조하던 만행은 끔찍했던 2차대전 패망으로 끝났다. 서독은 역사교과서 인가제와 자유발행제를 택했다. 이는 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해 교권을 부여하는 행위다. 교사가 주체적으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교과서를 서술해도 되는 상황이다. 다양성이 확보되고 토론이 가능해졌다. 더 민주적인 교육(세뇌)방식이다.


강압금지, 현실에서 논쟁적인 건 수업에서도 논쟁


독일의 이같은 분위기는 ‘보이텔스바흐 합의(1976)’를 통해 결정됐다. 합의 1번은 강압금지 원칙이다. 교사는 자신의 견해를 학생이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 합의는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이어야 한다. 세 번째 합의는 학생은 정치 상황과 자신의 이익 상태를 분석할 수 있도록 안내받아야 한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었다. 정치교육 종사자들이 모두 참여해 토론해 얻어낸 결과였다. 그래서 오히려 정치계나 소수 교육계 엘리트들에 의한 법적 협약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정부가 독점해 만드는 교과서, 해당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교사, 교사의 입만 쳐다보는 학생.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하다.


권력자의 역사와 민중의 역사


최근 독일의 역사교과서는 어떨까? 독일 역사교과서 중 현대사를 다룬 부분을 보면 독일사와 유럽사와 세계사를 결합하려는 노력이 많다고 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갈등을 중심으로 중용 동사를 한 장(chapter)에 걸쳐 방대하게 소개하기도 하고, 이주민과 난민의 역사를 자세히 다룬 교과서가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청소년의 역사, 지방의 역사, 역사왜곡과 역사악용의 역사 등 한국 사회에서는 접하기 힘든 분야의 역사도 학생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한국에는 이런 역사교육이 필요없는 걸까?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교사들에게 있는 걸까? 이런 역사교육을 교육부는 용납할까?


시험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비판적인 사고를 잃어가는 학생들에게 국정교과서로 수업하게 하는 것은 어떤의미인지 고민을 담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던 각계가 모여 만든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기획해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거리강연을 한 내용을 정리해 ‘거리에서 국정 교과서를 묻다’를 펴냈다.


▲ 저자 이만열 한상권 이준식 조광 한철호 안병우 이동기 이이화 김육훈 l 출판사: 민연 l 13,000원 ㅣ272page l 발행일: 2016.3.1. l ISBN l 9788993741131


역사교과서를 권력이 장악했다. 이제는 거리에서 민중들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어떤 역사를 전달할 것인가.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6-03-17> 미디어오늘

☞기사원문: 진정한 독일인 찾았던 나치 교과서, 올바른 국정교과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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