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근현대사기념관 전경. 2016.05.04. limj@newsis.com |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숲길을 거닐며 우리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탐방코스가 열린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둘레길 초입에 자리잡은 근현대사기념관. 4일 오전에 찾은 기념관은 오는 17일 개관에 맞춰 준비가 한창이었다.
강북구(구청장 박겸수)는 지난해부터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동학운동과 백범 김구선생 자료 등 전시유물을 수집했다.
개관이 되면 이때 모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흔적부터 1960년 4·19혁명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두루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근현대사기념관 옆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해 근현대사를 상징할 조형물이 세워진다. 조형물은 옛 주한 일본대사관앞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조각가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한다. 제작비는 누리꾼 성금 3000만원으로 마련했다.
기념관에서 ‘강북구 역사·문화·유적 탐방’ 첫 번째 코스인 초대길이 시작된다.
초대길은 초대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부통령, 1호 검사 등 근현대사에서 초대 직위를 역임한 이들의 묘역을 연결한 길이라는 뜻이다. 약 1.3㎞ 구간에 등록된 문화재만 3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초대길에 모인 것은 우연이다. 수유동의 4·19묘지나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처럼 인위적으로 조성한게 아니다. 우이동 봉황각 주변에 손병희 선생 묘역이 자리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묘역들이 들어섰다는게 구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북한산 국립공원 내 계곡. 2016.05.04. limj@newsis.com |
기념관을 나와 10분가량 걷다보면 해공 신익희(1894~1956) 선생 묘역이 나온다.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내무·외무·문교부장 등을 지냈으며 광복 이후에는 초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195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유세중 숨졌다.
선생 묘역에는 맷돼지가 땅을 파헤치는 것을 막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이 바닥에 깔려 있다. 울타리를 둘러치는 대신 자연 그대로를 보존했다.
돌과 흙을 밟으며 300m가량 이동하면 이준(1859~1907)열사 묘역이 보인다. 고종의 밀명을 받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특사로 활동하다 순국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묘역엔 당시 흔적을 볼 수 있다.
유해가 안장된 태극기 오른편으로 특사 파견 당시 고종의 친필 사인이 선명한 칙서가 석판에 새겨져 있다. 강북구는 탐방객들을 위해 칙서와 위안스카이가 이준 열사에게 써준 친필 문서 번역 표지판을 향후 설치할 예정이다.
특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는 오늘날 사법연수원에 해당하는 법관양성소가 배출한 ‘한국 1호 검사’이기도 하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1887~1964)선생 묘역으로 가는 길에는 조그만 계곡을 따라 물줄기가 흐른다. 바닥이 비칠 정도로 맑은 물 위를 지나는 경험은 도심 속에서 만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할아버지로도 알려진 선생은 독립운동가와 법조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1919년 판사직을 내려놓고 독립운동가들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고종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칙서를 본뜬 석판. 2016.05.04.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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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길 막바지에 다다르면 광복군 합동 묘역과 마주한다. 중국 산서성 전투에서 순국한 김성율 선생 등 18위의 유해가 안치됐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이곳을 국립묘지로 조성하겠다. 광복군으로 활동하다 목숨을 잃었으니 군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합동 묘역을 나오면 이시영(1869~1953) 선생 묘역으로 향하는 54층 계단이 보인다. 선생은 1910년 한일병합 이후 재산을 정리하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 양성을 위한 경학사와 신흥강습소를 설립했다. 선생은 해방 후인 1948년 제헌국회에서 초대 부통령을 지냈다.
이시영 선생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계단을 바라보니 북한산 국립공원의 우거진 숲과 정부가 2008년 조성한 광복군 합동 묘소 진입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초대길을 걸으며 근현대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강북구 문화관광해설’을 신청하면 된다. 해설은 구청 누리집(www.gangbuk.g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2016-05-04> 뉴시스
☞기사원문: [스케치]북한산 걷다보니 근현대사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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