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인근 상가에서는 ‘우남역’ 명칭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 8호선 우남역 예정부지 인근 상가 홍보물ⓒ민중의소리 |
정부가 추진중인 위례신도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호 우남(雩南)을 딴 우남역(가칭)이 신설될 예정이다. 도로명에서 따온 것이라는 관련 기관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게 될 공공장소의 명칭을 역사적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과 관련해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만 정권 당시 개통된 ‘우남로’에서 따 온 ‘우남역’
위례신도시와 맞닿아있는 우남역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 속해 있다. 8호선 복정역과 산성역 사이에 위치할 예정으로 당초 2017년 완공이 목표였으나 계획이 지연되면서 현재 개통 시점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우남역 명칭은 과거 이승만 정권 당시 개통된 우남로에서 비롯됐다. 역사가 들어설 예정부지 바로 앞 도로의 이름이 우남로이기 때문이다. 우남로는 지난 2009년 헌릉로로 이름이 변경됐지만 여전히 역명은 우남역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5월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발표하고 8호선 우남역 신설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먼저 우남역을 가칭으로 사용했고 이후 서울시나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관련기관에서도 우남역을 가칭으로 사용하게 됐다.
실제로 <민중의소리>가 16일 우남역 예정부지를 찾아가 본 결과 인근 상가들과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은 홍보 책자와 현수막 등을 통해 이미 ‘우남역’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우남역 명칭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위례신도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A씨는 “모두 우남역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그냥 위례역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왜 우남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우남역이 들어설 성남시 수정구에 거주하는 B씨도 “성남에 독재자 ‘이승만’의 호를 딴 역이 들어서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면서 “지역정서로 봤을 때 ‘우남역’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 8호선 우남역 예정부지 인근 상가들ⓒ민중의소리 |
서울시 “아직 공식적으로 ‘우남역’ 결정된 바 없어”
8호선 우남역은 서울지하철도시공사가 운영하고 따라서 역명의 최종 결정은 서울시에서 하게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우남역이 개통되기 6개월 전에 역명 확정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점이 안돼서 가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역명 확정은 시 지명위원회에서 하는 것”이라면서 “추후 역명을 정할 때는 지명이나 공공성 등을 따져서 제정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아무리 가칭이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면서 “건국절 논란에 이어 (우남역은) 또 다른 역사의 퇴행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소영 기자 psy0711@vop.co.kr
<2016-08-05>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