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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에 식민지역사박물관 세워 겨레 아픔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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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106년,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기원 ‘김학순님을 기리는 평화비’ 기증식 열려

29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경술국치 106년을 맞아 ‘김학순님을 기리는 평화비’ 기증식이 열렸다.

기증자는 전주 완산구에 사는 김판수(77)씨. 김씨는 전주에서 기금을 모아 만든 평화비를 전주 유일여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식민지역사박물관(2017년 8월 건립 예정)에 기증했다. 김씨는 민족문제연구소 회원과 정대협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막에 앞서 평화비를 감싼 가림막은 김씨가 손수 만든 것으로 여기에 새겨진 세 개의 나비는 ‘삼천리 금수강산’을 뜻하며,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가림막이 걷히자 김학순 할머니의 얼굴이 담긴 동상과 함께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 두어야 한다’는 어록이 새겨진 병풍 형식의 평화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증언한 피해자로, 얼굴 동상은 최춘근·장석수 작가가 제작했고, 평화비에 새긴 어록과 나비 인두화는 지난 3개월간 김판수씨가 직접 작업했다.

▲’김학순 님을 기리는 평화비’ 기증식 ⓒ 민족문제연구소 [관련사진]

김씨는 2010년 10월 13일, 정대협이 꾸준히 진행해 왔던 수요집회 1000회를 앞두고 기념비제작을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다.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100원, 1000원 등 소액의 기금을 모아 일본 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28일 한일정부간 합의라는 형식으로 발표된 ‘위안부’ 해결안을 보고 더 이상 ‘위안부’ 문제로 국한된 사안이 아님을 깨닫고, 그 다음날부터 식민지역사박물관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화비를 기증한 김판수씨는 한국에 일제와 친일파들의 죄상을 고발하는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이 “어둠 속에 묻어 버리려는 일본제국 침략전쟁 범죄를 명백하게 밝혀두고 기억하여 불의한 역사는 말소할 수도 없고 소멸되지도 않으며 종료도 없다는, 진실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굳건한 다짐”이며 “일본이 전범국 가해자로서 침략전쟁피해자의 수난과 고통, 상처와 아픔, 수모와 치욕을 함께 기억하여 화해와 공존 평화로 가는 디딤돌을 놓자는 순수한 평화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순 님을 기리는 평화비’ 기증식 ⓒ 민족문제연구소 [관련사진]

김씨가 손수 만든 서명지와 함께 이뤄진 1000원의 개미모금에는 2790여명이 참여했으며, 8월 현재 540만 원을 넘어섰다. 김씨는 전주 한옥마을과 학교 곳곳에서 시민들의 서명과 함께 모은 개미모금액을 참여자의 이름으로 매주 민족문제연구소로 송금하고 있다.

김판수 씨가 매주 민족문제연구소로 송금하고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기금 입금증 ⓒ 민족문제연구소 [관련사진]

앞서 지난 8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 네 번째로 제작한 ‘김학순 님을 기리는 평화비’를 세운 김판수씨는 경술국치 106년을 맞으며 시민들에게 또 한 번의 동참을 호소하는 제안을 했다.

“강토의 분단과 겨레의 분열이 일제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잊지 말고, 서울과 평양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어 아픈 역사를 함께 되새김으로써 분단극복과 동아시아의 평화의 주춧돌을 만들어보자.”

김씨는 그 길닦음을 위해 다섯 번째 제작하는 김학순 평화비를 직접 지고 평양까지 걸어서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식민지역사박물관은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를 총체적으로 조망하여 식민지시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연구자, 활동가와 시민이 기증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역사강좌를 통해 식민지시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8월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시민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래는 김판수씨가 106년 국치일을 맞아 보내온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호소문이다.

▲ 김판수 씨가 작성한 국치 106년 호소문 ⓒ 민족문제연구소 [관련사진]

엎드려 간곡하게 호소말씀 올립니다

 

동아시아 질서는 아직도 강대국들의 패권다툼 각축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나간 식민지역사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에게 다시 새로운 고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제 침략으로 106년 전 강제합방되어 겪었던 식민지의 수난과 고통 상처와 아픈 수모와 치욕은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의 동포 모두가 피할 수 없었던 지옥생활이었거니와 강토의 분단과 겨레의 분열로 빚어진 국제대리전쟁은 동족상잔과 무자비한 파괴로 폐허가 된 강토만 남겼습니다. 폐허의 강토를 겨우 복구하고 살아오면서도 정전 후 63년 동안 불안한 나날을 살아온 것 역시 그 근원은 일본의 조국침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걱정은 오늘로 끝나지 않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분단비용을 낭비하면서도 불안과 걱정은 청산할 수 없고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할지 그것 또한 걱정입니다. 전쟁은 남과 북 어느 쪽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고 양쪽 다 모두 전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강토 한반도와 우리겨레의 파멸은 절대로 안됩니다.

엎드려 간곡하게 호소말씀 드립니다.

한말, 한글, 한역사, 한겨레로 한반도에서 한나라로 살았던 때로 돌아가는 길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노와 미움과 적대대결로는 분단을 청산할 수 없습니다. 마음을 먼저 열고 남과 북이 한 동포 한겨레임을 인정하고 미움을 걷어냅시다. 말을 터서 서로 위로하며 대화를 이어가면 희망은 살아납니다. 길을 만들어 서로 오가며 정을 쌓고 도와주면서 삽시다.

나눔과 비폭력 용서만이 우리에게 미래를 보장합니다. 저는 평화비를 끌고 걸어서 평양으로 가겠습니다. 겨레가 겪은 불행을 지우고 한말, 한글, 한역사, 한겨레로 한반도에 한나라 되는 길닦음으로 나서겠습니다. 벌꿀모금 천만인릴레이로 남과 북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세우고 겨레의 아픔을 간직합시다.

2016. 8.29
손잡고 ‘평화의 길’ 엎드려 호소 드립니다. 한겨레의 한사람


송민희 기자

<2016.08.30>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남북에 식민지역사박물관 세워 겨레 아픔 간직하자”

※관련기사

☞연합뉴스: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기원’ 김판수씨, 김학순평화비 기증

☞뉴시스: 위안부 최초 증언 ‘故김학순 평화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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