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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여성독립운동가 한도신 여사 회상기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 출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3탄
▲ 한도신 기록ㅣ김동수‧오연호 정리ㅣ민연ㅣ15,000원ㅣ신국판ㅣ304쪽ㅣ발행일:2016.10.7ㅣISBN:978-89-93741-14-8
한도신 여사의 회상기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가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3탄으로 출간됐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 중인 중점사업의 하나인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출판은 독립운동의 한 축을 이뤘음에도 활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평가되고 있는 여성들의 치열했던 항일투쟁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여성들은 3·1운동 때부터 항일투쟁의 전면에 나서 전국 각지에서 조직적으로 일제에 저항하였으며 이 같은 전통은 해방이 되기까지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손자 며느리 허은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2010)와 광복군총사령관 지청천의 딸로 대일항전에 참전해 초모공작을 벌였던 여성 광복군 지복영의 자서전 『민들레의 비상』(2015)에 이어 이번에 한도신의 회상기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를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3탄으로 다시 엮었다.
한도신은 세 살 연하인 김예진과 혼인한 뒤, 독립운동에 뛰어든 남편을 도와 그 이상의 역경을 견뎌내며 조국의 독립에 헌신했다.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는 가슴과 눈물로 쓴 우리 근현대사로 기어이 승리하고야마는 ‘남자보다 더 강한 조선의 여인상’을 담고 있다. 남편의 투옥과 옥바라지, 망명, 만주 이주, 6·25전쟁과 남편의 순교 등 파란곡절의 가족사는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웅변해준다. 남편을 일본영사관에 넘겨준 상해의 영국전차회사를 상대로 투쟁하며 회사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일이나, 재판정에서 남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일본 경부의 뺨을 때린 사건은 가녀리지만 강인했던 여성투사의 면모를 짐작케 해주는 일화들이다.
또 이 책은 20세기 초 조선의 생활상과 독립운동의 이면사를 함께 전해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평안도의 기독교 수용과 결혼 풍속 등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어 눈길을 끌며, 평양에서의 3‧1운동과 1920년 평남도청 폭파사건의 진행과정, 1920년대 초‧중반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안창호 김구 여운형 이시영 선생 등 많은 독립지사들의 인격적 풍모나 소소한 일상들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사료적 가치도 적지 않다.
친일독재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현실 속에, 격랑의 역사를 넘어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견뎌낸 어느 여성독립운동가의 진솔한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지금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엄중하게 되묻고 있다. <끝>
■ 저자소개
기록자 한도신
한도신 여사는 1895년 평남 고평에서 태어났고 1986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15년 스무 살 때 김예진과 결혼한 후, 독립운동가의 아내로 수많은 고초를 겪으며 한 평생 모진 눈보라 속에서 살았다. 1919년 2월 그믐밤 재봉틀로 태극기를 만들어 3·1운동에 참여한 남편을 도왔고 이를 기점으로 투옥과 수배로 이어지는 남편의 고난에 찬 삶을 활량거리는 가슴으로 함께 겪었다. 1922년 상해로 건너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안창호 선생, 김구 선생, 여운형 선생 등을 가까이 모시면서 항일투쟁을 도왔다. 후에 경교장에서 돌아가신 김구 선생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일평생 조국과 이웃을 위해 성자처럼 자신을 바쳐 살아온 남편 김예진이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학살당한 후, 혼자 힘으로 슬하의 2남 4녀를 훌륭하게 길러내었다. 1963년 서울시로부터 모범어머니상을 수상했다. 놀라울 만큼 총명한 기억력, 섬세한 글솜씨, 솔직한 글쓰기 자세로 지나온 삶을 1962년부터 15년 동안 꼼꼼히 기록했다.
■ 정리한 사람들
김동수
1936년 평남 덕천에서 태어나 1976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주 버지니아주 노퍽주립대학 사회복지 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했다. 현재 귀국해 남북통일‧국제평화를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오연호
1964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월간 『말』지 기자, 취재부 부장,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오마이뉴스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 차례
책을 펴내며
서문
머리말 ― 어머니를 대신하여
정리자의 말 ― 역사를 사는 여인
마당1 한평생 고락의 시초
마당2 소녀시절
마당3 감옥소 면회인생의 시작
마당4 바람난 남편
마당5 파산
마당6 손이라도 한번 흔들어줄걸
마당7 홀로서기
마당8 상해 영웅들의 뒷모습
마당9 남자보다 더 강한 조선의 여인
마당10 일본 경부의 따귀를 후려친 조선 여자
마당11 나 홀로 진 십자가
마당12 해방은 왔건만
마당13 나는 죄인이다
마당14 님의 가묘에 바친 여섯 꽃송이
김예진·한도신 집안 사람들
김예진·한도신 항일투쟁 연보
■ 책을 펴내며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는 파란의 인생을 당당히 헤쳐온 한 여인의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자 굴곡진 한국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생생히 비춰주는 거울이다.
개인으로서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폐부에 깊이 새겨진 지워지지 않는 상흔의 기록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일제침략과 식민지배 그리고 해방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고난의 우리 역사에 대한 뼈아픈 서사이기도 하다.
독립운동! 그것은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 오랜 기간 지속된 친일독재정권은 의도적으로 독립운동을 박제화하고 철저히 현실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장기간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됐던 독립투쟁의 역사는 왜소화되고 심지어 비하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실상과는 거리가 있는 몇몇 허상이 만들어졌다. 독립운동은 그야말로 특별한 소수의 영웅적인 선택이며 그것조차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억설과 대다수 조선인들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는 궤변이다. 친일파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그때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냐?’는 전민족부역론이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이다.
최근 폭발적인 관심을 모은 영화 〈암살〉 〈밀정〉의 소재가 된 의열단과 같이 목숨을 건 영웅적인 투쟁도 적지 않았지만, 3·1운동 이래 해방이 될 때까지 일제에 대한 저항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민족적으로 끊임없이 전개되었다. 숱한 독립전쟁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헤아릴 수 없는 무명용사와 가혹한 식민지배에 저항했던 농민 노동자, 독립운동을 끝까지 지원했던 무수한 해외동포. 이들 대다수 민중에게 ‘독립’은 지상 과제요 ‘항일’은 숙명이었다. 단언컨대 일제에 항거한 주축은 바로 민중이었다.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투사는 민족시인 이육사가 읊었던 ‘백마 탄 초인’이었을까? 그들은 초인이 아니었다. 자식이자 반려자이자 부모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실천가였다. 조국 독립을 향한 그들의 헌신 그 영웅적 면모 뒤에는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다. 지난한 독립운동의 길에서 가족 특히 여성이 겪어야 했던 고초는 이루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독립운동의 한 축이었던 여성이 독립운동사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유독 여성에게 인색한 독립유공자 서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독립운동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을 조력자 정도로만 평가하는 것은 온당한 일일까?
민족문제연구소의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출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하였다. 해법을 구체적인 증언과 기록에서 찾고자 한 것이다. 허은의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2010)와 지복영의 『민들레의 비상』(2015)에 이어, 이제 한도신의 회고록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를 펴낸다.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 3탄이다.
한 독립운동가의 아내가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 겪었던 신산했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회고록은 가족의 고난과 함께 3·1운동, 망명, 대한민국임시정부, 한국전쟁 등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을 가감없이 묘사하고 있어 먹먹한 감동을 주는 한편으로 사료적 가치 또한 적지 않다.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를 여성독립운동가 시리즈에 묶어 재출간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는 한도신 여사의 회고록 원문을 최대한 살리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를 달고 신문과 사진자료를 추가했다. 또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책 말미에 한도신·김예진 두 분의 연보를 정리해 실었다.
한국사회는 지금 ‘총성 없는’ 역사전쟁 중이다. 친일파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의열투쟁이 테러로 비하되며 시대착오적인 한국사교과서 국정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역사와 교육의 위기 앞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진실한 역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의 출간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한도신 여사가 가슴과 눈물로 써내려간 피어린 기록이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세력의 주장이 얼마나 거짓되고 허황된 것인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널리 읽혀지기를 소망하면서, 여기 아픈 역사를 부여안고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가녀리지만 강인했던 어느 여성독립운동가의 진솔한 회상기를 겸허한 마음으로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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