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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교육부, ‘건국’ 표현 쓴 교과서에 ‘정부 수립’으로 수정 지시

2012

2013년 교육부, 한국사 8종에 보완 권고하며
교학사 ‘건국’ 표현에 ‘정부 수립’ 수정 지시
“불과 3년만에 ‘대한민국 수립’방침 바꿔”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 보완 권고사항 102쪽. 왼쪽은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내용, 오른쪽은 교육부가 지시한 수정보완사항임.
▲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 보완 권고사항 102쪽. 왼쪽은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내용, 오른쪽은 교육부가 지시한 수정보완사항임.

내년부터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쓸 방침을 정한 교육부가 불과 3년 전에는 ‘건국’이란 표현을 쓴 교과서에 ‘정부 수립’으로 고칠 것을 지시한 것이 드러났다.

2013년 교육부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사에 합격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내린 ‘한국사 교과서 수정 보완 권고 사항’을 보면, ‘건국’이라고 기술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대한민국은 제헌 헌법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3·1운동 결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수립되었다”며 “따라서 건국이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집필기준 등에 의거하여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으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수정 및 보완을 권고했다. 지난해 9월23일 최종고시한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대한민국 수립’을 쓰기로 한 것과 반대 지침이다.

이에 따라 교학사는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건국의 출발을 하게 되었다”(307쪽)라고 서술하던 1948년 상황을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정으로부터 통치권을 인수하고 유엔으로부터 승인받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라고 바꾸며 ‘건국’이란 표현을 뺐다. 당시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의 307쪽 문장을 지적하며 이런 수정 지시를 내린 탓에 교학사는 이 부분만 수정해 교과서를 발간했다. 교과서 전체 표현을 점검하지 않아 해당 교과서는 전체 8곳에서 여전히 ‘건국’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방은희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교육부는 불과 3년 전 헌법에 명시된 예를 들며 ‘건국’을 빼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쓰라고 수정 지시를 내려놓고, 지난해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건국과 같은 뜻인 ‘대한민국 수립’이라 쓰겠다고 순식간에 논리를 바꾼 것”이라며 “지난해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이 나온 뒤 교육부가 입장을 바꿔버린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 교육은 백년지계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016-10-16> 한겨레

☞기사원문: 3년 전 교육부, ‘건국’ 표현 쓴 교과서에 ‘정부 수립’으로 수정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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