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액 초과했는데”…천안시 조례 미비 들어 부지제공 난색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친일문제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낸 고 임종국(1929∼1989) 선생을 기릴 조형물 건립이 제막을 앞두고 막판 암초를 만났다.
1일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와 임종국 선생 기념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건립추진위는 선생을 추모하는 조형물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신부공원에 세워 타계 27주기인 오는 12일 추모제에 맞춰 제막하려 했으나 최근 천안시가 조례 미비 등을 이유로 부지제공을 유보했다.
지난해 8월 같은 공간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허용한 천안시는 임종국 선생이 2005년 문화훈장이 추서되는 등 친일문제 연구에 학문적 업적은 인정하지만 최근 개인 조형물 건립을 허용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총예산 5천만원이 필요해 지난 7월 이후 4개월여 캠페인에 들어가 10월 말 현재 1억2천48만8천여원을 모금해 한껏 고무됐던 건립추진위로서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건립추진위는 카카오스토리 펀딩 캠페인으로 1천934명에게서 7천401만원, 천안지역 시민 1천596명으로부터 4천648만원을 모아 당초 목표액의 두 배가 넘는 성과를 거뒀다.
부지문제로 차질을 빚자 건립추진위는 제3의 장소를 물색하거나 아니면 계획대로 신부공원 내에 조형물을 ‘임시 설치’하고 조례제정 등 추후 절차에 따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형물 제작은 ‘평화의 소녀상’ 작가로 유명한 김운성·김서경 씨가 맡아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1966년 ‘친일문학론’을 펴낸 임종국 선생은 천안 삼룡동과 구성동에 칩거하면서 필생의 과업인 ‘친일파총서’ 편찬에 몰두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989년 타계, 천안공원묘원에 묻혔다.
그가 남긴 자료는 친일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민족문제연구소 출범에 밑거름이 됐다.
임종국선생 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 이용길 위원장은 “지난 여름 캠페인 초기에 조례문제를 꺼냈으면 미리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문제가 되니 황당하다. 조형물이 차질없이 설치될 수 있도록 시의 긍정적이고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인구 50만이 넘어설 경우 관련 조례가 정비돼 있는데 천안시는 미흡해 이번 기회에 기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절차를 밟아 조형물 건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6-11-01> 연합뉴스
☞기사원문: 친일문제 연구 임종국 선생 추모조형물 건립 ‘삐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