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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 굿판’ 전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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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무효선언 기자회견문]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 굿판’ 전면 무효다!

내일(3일)이면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확정고시한지 1년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친일·독재 미화로 현장 진입에 실패한 교학사 고교한국사 파동 이후 학계와 교육계와 국민 절대다수의 강력한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다. 이후 1년간 ‘복면집필’과 ‘비밀주의’가 이 정권의 국정교과서를 정의하는 용어가 되고 말았다. 공개된 집필진의 면면은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가 낙마한 고대사 대표 필자, 9개월 역사를 가르친 상업교사, 그리고 국정감사 자리에서 횡설수설하고는 자신이 교과서를 봤다며 그들의 ‘천기’를 누설한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전부다. 교육부 장관과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집필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점에 비춰보면 참으로 무책임하고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도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를 이달 말에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 절대 다수 여론이 국정교과서는 21세기 대한민국과 맞지 않는 교과서 발행제도라고 반대하고 있는데 무슨 의견을 더 듣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경악스럽게도 웹전시를 하면서 기존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를 비교하여 전시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검정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에 검정에 합격시키고 정권에 불편한 내용은 수정명령까지 내린 그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춘 무늬만 검정 교과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복면 집필한 국정교과서를 자신들이 검정한 교과서와 비교하여 국정화의 정당성을 찾으려는 교육부의 행태는 한편의 코미디와 다를 바 없다.

대통령 박근혜 씨의 역사인식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그는 작년 11월 국무회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 4월 청와대 출입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는 “그 나라의 역사는 한 인간으로 말하면 혼이고, 그 나라의 국토는 한 인간으로 말하면 신체다.”라고 비유했다. 당시에는 교과서를 무속 신앙의 주술서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발언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 과정을 보면서 이제 전후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본격 추진됐던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했던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최순실 씨의 최측근 차은택 씨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교과서 추진에도 최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정부가 국정교과서 배포로 이념 논쟁을 촉발하여 보수층을 결집한 뒤 위기를 타개할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학계와 교육계 전체를 종북용공으로 매도하며 역사교과서를 정치에 악용해 온 전례에 비추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무모한 시도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민의의 심판을 받았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교과서 국정화 사태에 대해 명료하면서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작년에 교육부장관 이름으로 고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박정희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쓰이도록 억지로 밀어붙인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국정 교과서의 발행 작업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원래 작년에 확정된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는 2018년부터 쓰일 예정이었다. 따라서 지금 국정 교과서 발행 작업을 중단해도 2017년에는 기존의 검정 교과서를 쓰면 되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의 혼란도 일어날 리 없다. 그것만이 많은 사람이 ‘최순실 교과서’라고 믿는 국정 교과서를 밀어붙였을 때 예상되는 일대혼란을 막는 가장 간단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수정 고시 후에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에 어떠한 교과서 발행제도가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가 위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4‧13총선에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공약한 야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 4‧13총선에서 국민들은 야당의 약속을 믿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여당 후보들을 대거 낙선시키면서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는 국정교과서 제도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다. 따라서 4.13 총선 이후 야당이 발의한 국정교과서 폐지 법안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야당은 법안만 발의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11월에 공개하겠다는 국정교과서의 오류를 수정하는 보조 역할에 만족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야당의 역할은 시대착오적인 국정 역사 교과서의 발행 자체를 멈추는 것이지, 복면집필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서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라는 이름으로 역사교육을 황폐화시킨 잘못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이다. 이미 동력을 잃어버린 국정교과서는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포장하더라도 결코 올바른 교과서가 될 수 없다. 당장 폐기하고 학계와 교육계의 의견을 수용하여 교과서 발행 제도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만이 역사와 국민 앞에 그나마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끝>

2016년 11월 2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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