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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권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 하루빨리 폐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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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

*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

[발언 전문]

교육부가 28일 중고등학교 국정역사교과서 시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현장 교사들의 검토를 거쳐 내년 새학기부터 일선 학교에 교과서를 배포하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결정에 개입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야 3당은 국정교과서 폐기 촉구 결의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인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 연결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최근들어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건 정부의 국정화 결정에 최순실 씨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이런 의혹 때문으로 보여지는데요. 교수님께선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네, 그런 여지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국정화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10년 프로젝트의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지난 2008년에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시절에 역사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습니다. 한 역사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죠.

그런 다음 2013년 대통령 당선 이후에 교학사 검정교과서를 발행했는데 이게 채택이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0%로 무산됐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교과서 국정화를 했고 이것이 2017년 현장에서 사용된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다고 보면 약 2008년부터 10년 동안 꾸준히 추진한 정책이지 아마 최순실 씨 입김이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로 추진한 것으로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청와대 핵심 참모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라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이고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이것도 국정화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냐는 합리적인 의심같은 게 제기되는 것 같아요.

큰 흐름은 이미 2008년에 기본 가닥은 가지고 있고, 그런 것이 부분적인 영향도 줬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얼마 전에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한국교총마저 등을 돌린 이런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계십니까?

늦게나마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고요.

국정교과서는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 채택하는 낙후된 교과서 발행제도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이미 민주주의 국가이고 OECD에 가입한 선진국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교총이 뒤늦게나마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은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보고 결과적으로 국정교과서가 사면초가와 고립무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까 하루빨리 폐기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지만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시안, 그러니까 현장 교사들이 검토할 수 있게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교육부가 지금 강행하겠다고 그러는데 사실 국정교과서는 크게 두 가지 원칙이 위배됩니다.

하나는 국민들이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역시 헌법정신에 위배됩니다.

헌법은 31조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볼 때 특히 헌법재판소는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학생들의 사고력이 획일화, 정형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교육부가 시안 공개를 강행한다는 건 국민 여론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헌법적 가치, 어떤 국제적 기준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되네요.

시안 공개라는 게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현장 교사들이 검토하는 단계이니까 어쨌든 그 내용이 드러난다고 봐야 할텐데요. 교수님께선 내용면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무엇인가요?

역시 교육과정 기준이 있거든요. 거기서 2015년에 확정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 현재 학설이자 통설인데 이것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거든요.

▷ 일종의 건국절 논란을 말씀하신거죠.

네, 건국절 논란이죠. 그렇게 되면 헌법 정신이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해오고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평화통일을 달성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정신인데 이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죠.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바로 헌법가치. 그것에 위배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의 내용, 가치를 부정한다, 이렇게 보시는 것입니까?

네, 그렇게 되겠죠.

▷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한편에선 영토도 없고, 국민도 없는 상황인데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볼 수 없다, 마땅히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수립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 전 세계적으로 식민지에서 독립된 나라가 어떤 것을 기준으로 기리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른바 글로벌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겠죠.

보편적 기준에서 볼 때 모든 나라가 독립을 선언한 날을 기리거나 우리나라로 보면 1919년 3월 1일이 되겠죠. 독립선언하는 날.

그날을 중심으로 기리거나 아니면 독립이 완성된 날. 그것이 우리나라로 말하면 해방된 광복절이 되겠죠. 1945년이 되겠죠.

그러니까 1919년을 기리거나 1945년을 우리는 삼일절과 광복절로 기리는데 이것이 국제적 기준이 맞는 것인데 48년이라는 것은 뜬금없는 것이죠. 국제적 기준에도 안 맞는 아주 이상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기존 검정 교과서가 정경유착, 경제독점, 각종 부정부패 자행 등 부정적 묘사에 치우치고 있어서 경제계에 대한 긍정적 서술을 늘리고 균형을 맞추겠다는 게 교육부가 밝힌 방향인데요.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게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자 하면서 기존의 역사관이 자학사관이다, 이런 입장이거든요.

이것은 일본의 극우에서 사용하는 역사관인데요. 역사라는 것이 과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현재의 문제점도 극복하는 것이지 과거를 미화하거나 잘못을 외면하는 것이 역사의 기본입장이 아니거든요. 이런 입장은 잘못된 입장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 집필기준이나 집필진의 자격, 공개 여부를 두고서도 논란이 있지 않습니까?

교과서 내용 못지 않게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 같은데요.

집필기준이나 집필진의 자격 공개 여부에 대해서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래 이것은 정부가 2015년 작년11월에 국정교과서로 전환하면서 이것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1년 전에 밝히겠다고 하는 것이었죠.

당시에 국정화 방침에서 세 가지 원칙을 정부가 냈었는데 하나는 전문적인 집필자한테 쓰게끔 하겠다, 전 과정을 공개하겠다, 그리고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 전문성, 공개성, 투명성, 이렇게 세 가지가 정부가 밝힌 국정화의 3대원칙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까지 전혀 안 밝혀졌으니까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죠.

특히 전문성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우려되는게 지난 번에 소동이 한 번 났었는데 9개월 밖에 안 되는 상업교사가 교과서 쓰게 했다든지 그 다음에 현재 밝혀진 분 중에서는 원로학자 분인데요. 거의 80대되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현재 최근의 학설을 업데이트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교과서는 가장 현재의 최근 학설을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볼 대 너무나 오래된 학자분들이 교과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교육부는 현장검토본 공개 이후에 의견 수렴, 전문가 학술토론회 등을 거치기 때문에 일방적인 `우편향` 교과서를 내놓을 것이란 염려는 기우다, 이렇게 강조했는데요.

이런 교육부 입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저희 역사학계에서는 교과서 내용도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 국정교과서 발행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며칠 전에 역사학계 전체 한 600여 명이 입장을 밝혔죠.

우리는 거기 일체 검토에 참여하지 않겠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역사학계 전체로부터 비토(거부)당한 교과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역사 교사들도 물론 참여하지 않죠. 교과서 발행제도 자체를 문제삼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 저희의 생각이고요.

국정교과서가 올바르다 많이 얘기하는데 사실 올바른 국정교과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네모난 동그라미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형용모순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역사학계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인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였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2016-11-21> 평화방송

☞기사원문: [인터뷰] 한상권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 하루빨리 폐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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