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오사카에서, 11일에는 도쿄에서 일본 시민들이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의의를 공유하고 뜻을 모으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작년 11월에 결성된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일본건립위)이 주관했다. 연구소에서는 이이화 건립위원장과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 대표, 박한용 교육홍보실장, 김승은 자료실장, 김영환 대외협력팀장 등이 참여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집회가 오사카 지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장 가쓰무라 마코토 교수가 행사장 마련 등에 애써주었으며, 연휴 첫 날임에도 청중들이 100명을 넘었다. 먼저 나고야대학 야스카와 준노스케 명예교수가 ‘민주주의의 선구자’로 알려진 후쿠자와 유키치의 민낯, 그가 아시아 멸시와 침략을 어떻게 선도했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이어 이이화 건립위원장이 동학농민전쟁의 역사와 그것이 어떻게 기억되어 왔는지 강연한데 이어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의의를 역설했다.
강동민 자료팀장이 그동안 연구소가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 활동을 펼쳐왔는지 소개한 영상을 상영하고, 김승은 자료실장이 식민지역사박물관 구상과 건립 운동의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식민지역사박물관의 역할 중 하나로 한일 연대의 역사를 미래 세대들에게 알린다는 점을 꼽았는데, 이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투쟁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한일 시민들의 교류를 이어가고 싶다는 이희자 대표의 메시지와 맞물려 청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본건립위 서승 공동대표의 발언으로 오사카 집회는 마무리되었다.
도쿄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집회가 열렸다. 연휴를 피하기 위해 평일 저녁에 개최할 수 밖에 없어 참가자가 50여명에 머물렀지만 대부분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들이었다.
일본건립위 활동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먼저 이이화 건립위원장의 메시지가 영상을 통해 전달된 후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쿠데타’에 대해서 그리고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연구소 활동 소개 영상에 이어 김승은 자료실장이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운동의 도달 지점에 대해 보고했는데 특히 그동안 한국에서 모아진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들의 정성을 소개함으로써 참가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각각 시간은 짧았지만 일본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여성들, 연구소와 교류협약을 맺고 있는 고려박물관 하라다 교코 이사장과 문화센터 아리랑 송부자 부이사장 그리고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 와타나베 미나 사무국장이 인상적인 연대 메시지를 남겼다. 인권,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일제에 의한 가해의 역사를 시민의 힘으로 밝힘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시민교류를 추진해온 이들이다.
도쿄 집회에서는 일본건립위가 약 11개월 동안 모아온 건립 기금 중 일부에 대한 제1차 전달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기금은 일본의 47개 지방행정구역 중 45개 지역에서 모아졌다. 일본건립위가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의의를 전국 각지에 알리는데 애써온 결과이다. 기금을 전달한 히구치 유이치 공동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에 관한 원본 자료를 기증하기도 했다. 일제 식민통치의 실상은 이들의 흔적에서 잘 드러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오사카와 도쿄 집회에서는 총 3건의 자료 기증도 이루어졌으며 앞으로도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기금과 역사자료 그리고 정성이 모아질 전망이다.
∷ 노기카오리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