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 “대법이 파기환송한 사건인데… 하루라도 빨리 선고를”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주금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 판결을 3년째 미루고 있어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끝까지, 악착같이 해서 이길 겁니다. 분명히 사죄받고, 사죄 못 받으면 내 몸을 다 바쳐서, 죽는 한이 있어도 해볼랍니다. 대법원에서 판결을 미루는데 그것이 어찌된 속인지. 하루라도 빨리 판결해야되는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88·광주)
현재 대법원에는 미쓰비시중공업(히로시마 징용)을 상대로 고 박창훈(소송수계인 박계훈) 외 22명이 제기한 손배소, 여운택 외 3명이 신일본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양금덕 외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근로정신대)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상고심이 계류 중이다.
“3년 전 결론 내린 쟁점, 최종 판단 늦어질 이유 없다”
이 중 미쓰비시(히로시마 징용), 신일본주금 소송은 피고인 전범기업이 상고한 지 3년이 넘어섰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이 원고 패소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자세한 현황은 아래 현황 이미지 참조).
이에 대해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관련 단체들은 “자신들이 이미 3년 전에 법리적 판단을 내렸고,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이 판결한 결과를 두고 왜 이리 시간을 끄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해 왔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대표는 “대법원은 자신들이 3년 전 내린 판결에 따라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면 될 일이다”라며 “대법원이 상고심 선고를 미루는 것은 전범기업들이 온갖 이유를 들면서, 억지로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23일 시민모임·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이상 한국)·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 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일본제철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상 일본)은 대법원장과 각 사건 담당 재판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일 5개 시민단체는 진정서를 통해 “대법원의 최종 결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원고들을 생각하면 이 사건의 숨어있는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 사회가 또 다시 피해자들에게만 역사의 짐을 지우고 있는 것 아닌지 생각된다”라며 “다시 한 번 인류의 상식과 보편적 정의에 부합하는 대법원의 판단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들은 2012년 5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를 상기시키며 “역사인식의 탁월함, 법적 논리의 정합성 등으로 주목 받으며 ‘사법주권을 회복했다’는 평까지 받았다”라며 “현재 미쓰비시(히로시마) 사건의 원고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시간과 싸우고 있다”라며 밝혔다.
“우리 정부의 태도, 전범기업 등 두드려주는 꼴”
단체들은 “우리는 대법원이 이미 충분한 검토를 통해 법률적 쟁점을 모두 판단하여 파기환송을 하였고, 파기환송심 법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들의 위자료를 인정한 이 사건에 대해서 왜 이렇게 최종적인 판단이 늦어지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우연히도 이 사건의 재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는 3년 여의 기간이,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을 주도하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이라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이 늦어지면서 피해자들은 ‘혹시 대법원이 2012년 5월 판결과 다른 판단(원고 패소)을 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피해자분들은 언제 유명을 달리할 지 전혀 모를 상황이다, 90이 넘는 어르신들이 법원을 왔다갔다 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된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니, 할머니들이 고분군투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외교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미쓰비시 등이 일본 외무성의 견해를 받아서 우리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다, 그것은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우리 정부가 취한 태도에 관한 것이다”라며 “정반대로 우리 정부는 대법원(2015.5.)의 판결을 우려하면서 개인의 소송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태도는 소송이 못마땅하다는 것이고 결국 ‘나쁜 용기’를 내고 있는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등을 두드려주는 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이정민 부장판사)는 김옥순(87) 할머니 등 5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피고는 피재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후지코시 2차 소송, 원고 승소…미쓰비시 근로정신대 3차 소송 재판 시작
김옥순 할머니 등 5명은 일제 강점기에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 강제동원 당했고,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입게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지난해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22일 광주지법에서는 김영옥(84)·이경자(73·유족) 할머니가 미쓰비시(3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김영옥 할머니는 여수 미평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4년 5월께 미쓰비시 나고야 공장으로 동원됐으며, 이경자 할머니는 같은 시기 나주에서 동원돼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고 최정례씨의 유족이다. 김영옥 할머니는 1억5천만 원을, 이경자 할머니는 360만 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피해자 고 최정례씨의 조카며느리인 이경자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 초등학교 6학년 생이 지금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면…”이라며 “너무 억울 하잖아요 사죄도 못 받고. (고모의)한이라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소송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2012년 10월부터 미쓰비시를 상대로 모두 3차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양금덕·이동련·박해옥 할머니, 유족 등 5명이 제기한 1차 소송은 1·2심에서 승소한 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재림·심선애 할머니 등 4명이 제기한 2차 소송은 미쓰비시 측이 사소한 이유로 3차례나 소장을 반려하면서, 33개월이 넘도록 재판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6-11-23>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대법원, ‘강제동원’ 손배소 상고심 3년째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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