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작가회의
29일 함춘회관 긴급토론회
“친일문학인 대외부역 호도”
“친일파 옹호의 사상사적인 정체는 민주주의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며 쿠데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정도를 넘어 부추기기도 하는 극우파적인 이데올로기이다. 인종 편견, 신앙 편견, 약소국 억누르기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력 침략을 감행해도 좋다는 파시즘적 가치관을 뜻한다.”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친일파 옹호가 파시즘적 가치관과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친일문인 기념 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기조강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친일파가 친미파-독재권력 옹호-민주화운동 반대-평화통일 반대-노동자·농민 등의 관점이 아닌 재벌과 상류층 이익 옹호-사회복지보다 성장신화 옹호-해외파병 지지-국가보안법 지지-대북 강경정책 지지-일본의 재무장 지지-세월호 진상 밝히기 반대-사드 배치 지지 등으로 이어진다”며 그런 점에서 “적어도 친일 혐의가 있는 문학인에 대한 각종 기념행사나 추모, 유적지 건립 등은 이 쟁점이 분명해질 때까지 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위원장 맹문재)가 함께 마련한 이 토론회에서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문인 42명 가운데 김기진·김동인·노천명·모윤숙·서정주·이무영·조연현·채만식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시행 중이고 같은 사전에 등재된 이광수와 최남선을 기리는 문학상이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이규배 시인은 ‘친일 문인 문학상 정당화 ‘논리’, 절대주의 문학관의 문제들’이라는 발표에서 “문학을 작가와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문학작품을 문학작품으로 이해하자는 절대주의 문학 이론의 당대적 수용은 그 당대 한국문학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문학인들의 친일 부역으로부터 그들의 작품을 분리시켜 ‘작품의 문학적 성과’만을 평하자는 식으로 친일 문학인들의 대일 부역이라는 문제를 문학사에서 호도해 버리는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김점용 시인(<문예바다> 주간)은 “미당의 기념사업을 철회할 경우 윤리적 가치는 챙길 수 있지만 미적 가치는 포기해야 한다”며 “이 둘을 양립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와 노혜경 시인이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이밖에도 시인 임동확,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발표를 했고, 소설가 안재성, 시인 정세훈, 문학평론가 김란희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는 언론사와 문인 단체, 지방자치단체, 출판사 등이 주도하는 친일 문인 문학상의 문제점을 짚어 보는 자리로 의미가 있었지만, 그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지닌 이들만 참여하고 지지하는 쪽은 참가하지 않아 좀 더 치열하고 본격적인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2016-11-29> 한겨레
☞기사원문: ‘친일 문인 문학상’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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