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시국성명] 위기를 기회로, 민주공화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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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논평]

탈선 정권의 폐정 즉시 바로 잡고 국정 정상화해야

그간의 실정과 불통 그리고 국헌과 국정 문란을 볼 때, 국회의 박근혜 탄핵 가결은 사필귀정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촛불 민심과 국민 정서는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범법 행위에 대한 단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는 추호의 반성도 없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국민을 상대로 싸울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나라의 안녕과 국정의 안정을 조금이라도 염려한다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 본다. 그리고 사인의 신분으로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권은 현 국면을 정략적 사고로 접근해서는 아니 된다. 거대한 촛불은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간절히 열망하는 민심의 표현이다. 국민들은 문언만의 형식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바라고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적 이해에 따라 우왕좌왕하거나 이합집산하는 행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치권은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전면적인 개혁 작업에 바로 착수하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박근혜 정권이 국민 절대다수의 압도적 반대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밀어붙인 여러 가지 잘못된 정책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6. 12. 8.
민족문제연구소


※ 참고 시국성명 (2016.12.7)

[민족문제연구소 시국성명]

위기를 기회로, 민주공화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열망 하나로 주권자들이 직접 촛불을 들고 나선 지 벌써 6주가 넘었습니다. 일제와 박근혜 정권이라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 남녀노유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이고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저항의 양상은 100여 년 전의 3·1운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돌이켜보면 3·1운동은 단순히 일제의 압제에 맞서 싸운 항거만은 아니었습니다. 3·1운동의 결실인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제국’을 버리고 ‘민국’을 선언하게 한 혁명적 사변이었습니다. 그래서 제헌헌법에서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 독립 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 3·1정신에 연원을 두고 있는 민주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사월혁명 부마항쟁 광주민중항쟁 6·10민주항쟁 등 우리 현대사는 그야말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십 년간 피땀으로 다져온 민주주의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폐정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끝도 없이 드러나고 있는 이른바 비선실세와 그 부역자들의 국헌문란과 국정농단은 “이게 나라냐?”는 자조 섞인 한탄을 절로 나오게 만듭니다. 황색잡지에나 나올 법한 엽기적인 내용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은 이들의 전횡이 관과 민을 가리지 않고 폭력적이고 초법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렇게 권력이 사유화한 사태의 정점에는 박근혜가 있고 최종 책임 또한 그에게 있음은 두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난 대선이 불법 부정으로 얼룩지긴 하였으나 그래도 국민들은 이를 인내하면서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 크고 작은 공약이라도 지켜지길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약속이 한갓 권력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한 기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이어 현 정권의 끝없는 퇴행은 대한민국을 난파선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아예 시늉조차 하지 않았으며 경제상황은 IMF시기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폐쇄되고 남북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드 배치, 일본군 ‘위안부’ 야합,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편향되고 굴욕적인 외교는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명분과 실리마저 잃는 무능을 여지없이 드러내었습니다. 불통으로 일관한 박근혜 정권의 유일한 업적이 96%의 국민을 통합시킨 것이라는 신랄한 지적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시점입니다.

연구와 실천 양쪽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진실규명에 매진해온 민족문제연구소로서는 특히 ‘건국절’ 제정 기도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국절은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친일·독재세력을 건국공로자로 둔갑시키는 역사세탁에 다름 아닙니다. 뉴라이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전면 수용한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를 관권에 의지해 교육일선에 보급하려던 시도가 좌절되자, 박근혜 정권은 한 술 더 떠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정제는 나치와 일본군국주의 유신체제 그리고 현재 일부 독재국가와 후진국들만이 채택한 시대착오적인 제도입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교과서 편찬과정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복면집필, 편찬기준 비공개에다 대필 수준의 첨삭이 이뤄졌습니다. 원고본과 개고본을 없애버리는 증거인멸까지 해야 할 만큼 부적절하고 부실한 작업이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11월 28일 공개된 현장실험본은 그간의 우려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친일·독재 미화, 박정희 이승만 우상화, 노동·인권탄압 축소, 민주화운동 왜곡 등 집필진의 우편향적인 서술도 문제였지만, 헤아릴 수 없는 기본적인 역사지식의 오류는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44억 원의 혈세를 엉터리 교과서에 쏟아 부은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교육부는 폐기 절차에 착수하지 않고 차관이 나서 일선 교육청을 겁박하는 과잉충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교육현장 특히 보수적인 교총마저 외면하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빗나간 효도 교과서’를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하는 의도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이 없고 도덕성마저 결여된 책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박근혜의 즉각적인 퇴진 또는 탄핵에 의한 직무정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출생 100주년을 빛내는 제물의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것도 박근혜에 대한 탄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이유의 하나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미 촛불 민심에 의해 불신임을 받았습니다. 국민들의 결론은 퇴진이든 탄핵이든 범죄자를 단 하루라도 더 국정책임자로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폐정을 저지르고도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과 책임전가로 일관하는 범죄자에게 탄핵은 국회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책임이라 하겠습니다. 정국안정의 지름길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조속히 탄핵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정치권은 현 사태를 정파적 이해관계로만 바라보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와 국민에 유익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위기는 기회입니다. 비록 힘들고 험난하더라도 주권자로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상의 권리를 철저히 행사해야 할 때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시민항쟁을 반드시 시민혁명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친일·독재, 국가주의, 권위주의, 재벌독점, 경제지상주의, 냉전반공이데올로기 등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 전환해야 합니다. 촛불의 힘을 특권세습 권력독점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법치가 살아있는 공정한 사회, 반칙이 없는 기회균등의 사회를 만드는 총체적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족문제연구소 성원들은 박근혜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퇴진을 요구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허다한 폐정 중에서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사안으로 다음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면적 진상규명 재개
– 한일정부간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화
– 사드 배치 중지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 개성공단 원상 회복

2016. 12. 7.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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