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단독] ‘사진·서술’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닮은 국정교과서

870

ㆍ검정교과서에 없는 ‘박정희 정부, 경제기획원 설립’ 실어
ㆍ경제 지도자 강조한 ‘포항제철 방문 사진’도 똑같이 사용

한국사

▲ 국정 <한국사> 현장검토본 267쪽.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6년 포항제철을 방문해 제2곤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을 썼다.

국정 <한국사> 현장검토본 267쪽.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6년 포항제철을 방문해 제2곤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을 썼다.

‘균형과 공정’을 강조한 국정 역사교과서의 이승만·박정희 시대 기술 곳곳이 2008년 뉴라이트가 만든 대안교과서의 맥락과 닮은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한국사> 현장검토본과, 뉴라이트 인사들로 구성된 ‘교과서포럼’이 2008년 만든 한국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비교해본 결과 서술 형식과 내용에서 유사한 점이 많았다. 이런 내용과 서술 방식은 검정교과서들엔 없었고, 2014년 편향성 논란으로 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사> 현장검토본 264쪽은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박정희 정부는 경제기획원을 설립하고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 187쪽 “경제개발을 당면한 국가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둔 군사정부는 1961년 7월 경제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주체로 경제기획원을 설립했다”는 서술과 매우 비슷하다. 둘 모두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을 경제기획원의 설립에서 시작하는 점이 눈에 띈다. 검정교과서에는 경제기획원 관련 서술이 없다.

한국사

▲ 뉴라이트의 ‘교과서 포럼’에서 2008년 만든 대안교과서 195쪽. 국정교과서와 같은 사진(오른쪽 위)을 게재했다.

<한국사> 267쪽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군복을 입은 ‘5·16 쿠데타 주역’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대신 양복을 입고 1976년 포항제철 제2고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이 쓰여 논란이 되고 있다. 포항제철 관련 본문 속 서술은 검정교과서에도 많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한 이 사진은 교학사를 포함한 검정교과서에선 찾아볼 수 없다. 대안교과서 195쪽에 같은 사진이 쓰였다.

이승만 정부와 관련해서도 <한국사> 250쪽에 “5·10 총선거에서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피선거권은 제한됐다”고 기술됐다. 대안교과서 143쪽엔 “건국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친일파는 모두 배제됐다. 5·10 선거에서 만 25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피선거권을 가졌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작위를 받은 자, 제국의회 의원, 관리로서 판임관 이상의 직위자, 경찰·헌병·헌병보로서 고등관 이상의 직위자, 훈 7등 이상을 받은 자, 중추원의 부의장, 고문, 참의 등에게는 피선거권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자세하게 기술됐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법령상 친일파를 배제한 것은 맞지만 실제 제헌국회에 친일파가 없었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5·10 선거에서 친일파를 배제해 친일파를 청산했다고 강조하는 뉴라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고약한 서술”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이승만 시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와 1968년 간첩 김신조 사건 서술, 제헌헌법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를 강조한 서술 등 여러 부분에서 대안교과서와의 유사점이 발견됐다.

현직 교사인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국정화를 강행한 논리가 편향성을 없애고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 집필진이 뉴라이트 교과서를 참고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2008년 교과서들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는 출간 직후부터 역사를 왜곡하고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정교과서의 현대사를 집필한 김승욱 중앙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외부검토위원으로 참여한 주익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모두 교과서포럼 출신이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2016-12-7> 경향신문

기사원문: [단독]‘사진·서술’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닮은 국정교과서

※ 관련기사

시사저널: 15년간 이어진 ‘역사 전쟁’, 국정교과서 또 다른 불씨로

☞ 민중의소리: 국정교과서뿐 아니라 ‘역사왜곡’까지 진두지휘한 김기춘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