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가 방향성은 잘못됐어도 사실관계는 틀리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렇게 반대하는 것을 억지로 만들었으니 보고 또 보며 고치지 않겠나 싶었죠. 첫 페이지부터 읽으면서 너무 놀랐어요. 이런 누더기를 책이랍시고 만들다니….”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촉구 역사학계 원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비전문가들이 중구난방으로 썼다. 폐기처분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근수 경기대 명예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정구복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서굉일 한신대 명예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성명에는 총 27명의 학자가 이름을 올렸다.
이만열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제 퇴보는 국격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라며 “단 하나의 역사관을 강요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등은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후 더더욱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어떻게든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보여 원로들까지 나섰다”고 말했다.
고교 <한국사> 부분을 검토한 서 교수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은 기본문서 5개와 부속문서 25개로 이뤄졌는데 기본문서와 부속문서도 구분하지 못했고, 5·16혁명공약조차 다섯 군데나 틀렸다고 비판했다. 조선시대를 검토한 정구복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 기술은 검정 6종과 비교했을 때 최하등급”이라며 “최근 40년간 학회에서 연구된 생활사 서술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세계사를 검토한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장은 “집필을 폐쇄적으로 하다보니 관련 학회에 자문을 구하지도 못하고 최신연구동향도 반영하지 못해 검정교과서보다 오류가 많다”며 “다른 나라들은 세계사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서남아시아 부분은 사라졌다. 이런 교과서는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은 “검정교과서는 부정적 기술이 많아 자랑스러운 국가관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국정화 논리에 대해 “역사에서 일부러 부정적인 서술이나 찬양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 배우고 이를 참고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2016-12-08>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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