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기념관 민간위탁운영자 결정 두고 기념사업회-양평군 갈등
“우리의 큰 길은 민주주의, 우리의 최고이념은 우리 민족의 완전해방에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정국의 지도자인 몽양 여운형 선생의 서거 70주기를 앞두고 추모행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와 경기 양평군이 몽양기념관 민간위탁 운영자 변경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운형 선생은 1886년 양평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수감됐으며,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좌우합작 운동을 전개했다.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유연하게 연대연합 노선을 견지한 여운형 선생은 이를 반대하는 좌·우익으로부터 공격을 받다 1947년 7월 19일 암살당했다. 선생의 암살에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에 개입됐다는 의혹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선생은 사후에도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비로소 ‘좌우합작’과 ‘남북통일’에 힘써온 인물로 정치적 복권이 이뤄졌다.
2011년에 군립으로 문을 연 몽양기념관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몽양길에 위치해 있다. 기념관 뒤편에는 선생의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기념관 운영 예산규모는 약 3억원이다.
기념사업회와 양평군의 갈등은 그동안 기념관을 운영하던 기념사업회가 운영자에서 탈락하면서 폭발했다. 지난 7일 양평군은 홈페이지에 민간위탁운영자 모집공고를 냈고 기념사업회 외에 양서면 신원1리 마을단체인 새마을협의회‧상명대학교 서울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입찰 경쟁에 뛰어 들었다. 양평군은 심의평가위원회의 심사를 실시했고 29일 새마을협의회와 상명대 서울산학협력단을 몽양기념관과 생가 민간위탁 운영자로 선정했다.
우선 기념사업회는 김선교 양평 군수가 세 차례나 재계약을 약속했으나 갑자기 모집공고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념사업회와 몽양기념관 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은 지난 15일 군청 앞에서 “위탁운영 재계약 약속 어긴 군청을 각성하라”면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선정된 운영자의 자격요건에 대한 시비도 나오고 있다. 상명대 측의 A교수가 고고학 전공이기 때문이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민간위탁 운영자의 자격요건은 근현대사 비영리 법인과 연구단체다.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 이부영 회장은 “몽양기념관처럼 독립운동과 현충시설 운영주체들은 추모활동이나 현행사업 3년간의 경험과 근현대사 전공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고고학 전공의 교수와 새마을협의회는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자격요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마을협의회는 전문적인 부분은 학예사가 담당하고 나머지 관리적인 부분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주민과 기념사업회 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신원1리 주민들은 “기념사업회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기념사업회는 “여운형 선생에 관심 없었던 동네 주민들은 기념관의 본질을 모른다”고 비판한다.
새마을협의회는 기념사업회가 몽양기념관을 운영했던 지난 5년 동안 기념관의 관람객 수가 늘지 않았고, 기념사업회가 주민들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기념관 사업을 운영했다고 비난했다. 양평군은 이런 내용의 주민탄원서가 세 차례 들어왔다고 밝혔다.
새마을협의회 최대식 신원1리 이장은 “주민들이 관람객 수가 점점 줄어들고 군 혈세가 5년 동년 낭비된 채 대안 없는 기념관의 모습을 지켜봐왔다”면서 “주민들이 평소 기념관을 관리해왔다. 순수한 주민들의 뜻을 정치색을 입히지 말아 달라”고 주장했다.
최대식 이장은 “양평 신원1리는 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로 묶여있어 발전이 없는 지역”이라면서 “양평역에서부터 기념관까지 약 800m 길에 무궁화 나무를 심고 관람객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념사업회 이부영 회장은 “기념관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면서 “추모사업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유와 관료적인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부영 회장은 “기념관은 추모사업의 베이스캠프로 양평 군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세미나, 학술대회 등 추모행사를 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추모사업의 본질은 대중적인 인기사업이나 동네의 이권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 측이 여운형 선생의 생애와 정신을 연구하고 알리는 것에 방점을 찍는 반면, 새마을협의회는 지역발전이나 경제적 기여에 더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기념사업회는 내년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기 행사에 국제적인 학술행사 및 전시회로 그동안 잘못 알려진 여운형 선생의 업적과 이념을 알리고자 하고 있다. 양평군은 이 행사를 양평이 아닌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이유로 기념사업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가 기념관만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기념행사가 꼭 기념관에서만 치러져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비판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기념사업회 측은 이후 기념관과 양평군이 여운형 선생 관련 자료 등을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을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양평군의 결정에 대해 처분취소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고 정식재판도 청구하는 등법적 대응할 방침이다. 또 운영자에 선정된 상명대 서울산학협력단은 현재 새마을협의회 측과 정식계약 체결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앞으로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그 면모가 잘 알려지지 않은 몽양 여운형 선생, 70주기를 맞아 교육과 기념사업이 절실한데 뜻하지 않은 장애물을 만났다.
양아라 기자 yar@vop.co.kr
<2016-12-30>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여운형선생 70주기 앞두고 몽양기념관에서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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