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폄하’, ‘검정교과서 집필진 돌려막기’ 발언
교육부 국장에 국회 교문위 징계 요구
교육부 조사 착수도 안하고 “양해해달라” 말만
“연구학교 지정 등 국정교과서 계속하려는 의도”
지난달 공개 토론회에서 촛불집회 폄하 발언을 하고, 허위사실 유포 여부로 관련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앞둔 교육부 국정교과서 담당 국장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사에 착수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국회 관계자들과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국장급)의 지난달 22일 새누리당 주최 ‘올바른 역사교과서 학부모들에게 듣는다’ 토론회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겨 국가공무원법 63조(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교육부에 진상조사와 징계, 업무배제를 요구 중이다. 역사연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도 지난 18일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중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출신은 한명도 없는데, (여러 명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한 박 부단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부단장은 2015년 교육부가 국정화 관련 정책을 시작한 뒤부터 현재까지 실무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박 부단장은 지난달 토론회에서 ”해방 이후 우리의 성취나 노력,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이런걸 우리 아이들이 모른다. 촛불집회 한다니까 우르르 가서 막 이야기를 하는 건데…”라고 말했다. 또 “10여년 전부터 검정교과서 쓴 사람들의 메인(주류)은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이런 역사단체 출신들이며 이들이 검정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교육부의 관련 부서 담당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감사관실 및 인사팀 등은 국회의 조사 요구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고민 중에 있다. 2월 인사이동 조처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박 부단장이 국정화 업무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토론회 발언은 문제가 있지만 (조직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회 의원실을 돌며 ‘선처’를 호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6일 이영 교육부 차관 등은 국회 교문위원장실 등을 방문했다. 교육부는 “(박 국장을 보낼)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2월 중순이나 말까지 기다려달라”라는 입장이지만, 교문위 야당 의원들은 “2월말까지 기다릴 수 없고, 인사이동은 징계가 아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말 이후 차관, 기획조정실장 등 교육부 고위 관료들은 “양해를 해달라”며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실 여러 곳을 방문 중이다.
이에 대해 교문위 야당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드라이브를 계속 걸고 있는 교육부가 실무책임자 징계로 연구학교 지정 등 추진력을 잃는 것을 우려해 징계조사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편향된 역사인식을 가진 실무자는 국정교과서 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정교과서가 교육부 관료들의 잘못된 인식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발언이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017-01-19> 한겨레
☞기사원문: 촛불폄하 발언 공무원, 교육부 징계 미루며 ‘제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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