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 논평]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교육부가 오늘 이른바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이라는 것을 공개하고 국정제 도입을 다시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아무리 구차한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아도 국정역사교과서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는 당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우리는 역사교과서 국정제가 반헌법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제도라는 점을 누누이 지적해왔다. 또 공동체성원의 역사인식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통제하려는 발상은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추세와도 크게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왕조시대에도 당대권력의 역사서술에 대한 간섭은 금기로 여겨졌으며, 극소수 폭군을 제외하고는 사관을 존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물며 봉건시대에도 준수되었던 이런 전통이 박정희 박근혜 부녀에 의해 두 차례나 무너져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역사와 교육을 여지없이 농단한 장본인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있는 와중에도, 그 하수인들은 한 가닥 반성도 없이 끝까지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현장과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바는 권력이 역사해석을 독점하는 국정제의 도입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근본적인 지적은 외면하고 딴청을 피우면서 마치 민의를 대폭 수용한 듯이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이라는 것도 한심하기가 이전의 검토본에 뒤지지 않는다. 교육부 자체 집계로도 중학교 310건 고등학교 450건의 오류를 수정했다고 하니 불량품임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관계가 명백히 잘못된 것만도 이 정도이니 정밀 검증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 역량이 모자란 탓이겠지만 실제로 전문가들이 확인한 오류 대부분은 아예 수정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편향서술과 친일·독재·재벌 미화의 기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걸레를 빤다고 행주로 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무엇이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지 일급 군사기밀 취급을 하던 편찬심의위원 명단을 이제야 밝혔는데 면면을 보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다. 교육부가 소위 전문가로 내세운 자들이 하나같이 뉴라이트 또는 뉴라이트 지지자들이다.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 친일파들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심사하던 코미디 같은 장면이 자연스레 겹쳐 떠오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민 절대다수가 거부하고 있는 잘못된 방향이다. 국정역사교과서가 의도에서부터 과정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불순하기 짝이 없으며 불법과 편법으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 결과물인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은 왜 국정제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최종적이고 역설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국·검정 혼용이라는 비열한 수법을 당장 그만두라. 현 정권이 이 부도덕하고 몰가치적인 누더기 교과서를 즉각 폐기하지 않는다면, 교육현장의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는 물론 학계 시민사회 등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재차 경고하면서, 나아가 이번 국정교과서 파동의 주모자와 하수인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2017. 1. 31.
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