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역사교육연대회의, 일부 공개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체 오류는 대체 얼마나 될까. 역사교육연대회의가 국정 역사교과서 고교 <한국사> 최종본의 오류를 분석해 3일 일부를 공개했다. 중학교 <역사1> <역사2>를 제외하고 <한국사>에서 발견된 오류만 653개로,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이중 대표사례 29개를 선정해 자료를 배포했다.
오류는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다양했다. 폐기된 학설을 쓰거나 명칭, 날짜를 틀리는 등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많았다. 항일운동과 관련해 틀린 내용을 담거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왜곡한 사례도 나왔다.
고교 <한국사> 최종본 18쪽에는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시베리아의 북방 신석기 문화와 관계가 깊다. 특히 빗살무늬토기는 북방의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토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나온다. 연대회의는 “일제 관변학자들이 주장하고 한국고고학 초창기 시절에나 통용되던 말”이라고 밝혔다. 또 80쪽의 “후삼국 통일 이후 태조는 조세 감면을 실시했다”는 내용도 “고려 태조(왕건)가 조세 감면을 한 것은 건국(918년) 직후부터였기 때문에 틀린 기술”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술하고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임시정부의 활동은 틀리게 기술했다. 고교 <한국사>는 212쪽에 “임시정부는 김규식을 전권대사로 임명하고 파리 위원부를 설치해 임시정부의 승인과 한국의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전개하도록 했다”고 썼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임시정부가 김규식을 외무총장으로 임명했고 김규식이 파리 대표위원이기도 했지만, 전권대사로 임명되었다는 자료, 임시정부의 승인을 위해 활동했다는 자료는 없기에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일운동 관련 기술도 틀렸다. 1929년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소개하며 222쪽에 “학생 비밀결사인 성진회 등 광주지역의 학생 운동 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고 썼다. 연대회의는 “성진회는 1926년 조직됐다가 곧 자진해산했고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주도한 것은 성진회의 후계조직인 독서회”라고 밝혔다. 218쪽에서 ‘민립 대학 설립운동’과 관련해 소개한 도산 안창호의 글도 “민립 대학 설립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921년에 쓴 것인데 이 글을 민립 대학 설립운동의 일환으로 쓴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옹호한 기술도 있었다. 261쪽에 “조병옥이 병사하자 이승만은 단독후보로 당선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 유고시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공권력을 동원해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썼다. 연대회의는 “3·15 부정선거 계획은 조 후보 병사 훨씬 이전인 1959년 12월에 내무부·경찰이 진행하고 있었다”며 “이승만은 1956년 선거에서의 치욕을 씻기 위해 국민이 절대적으로 자신을 지지한다는 득표를 원했고, 그것이 개표에서 89%(이기붕은 79%)로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부정적 사실은 의도적으로 감췄다. 264쪽에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썼다. 연대회의는 “이 선거는 관권 동원, 밀가루 대량 살포 등에도 불구하고 표차는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15만표였다”며 “‘근소한 차이로’라는 말 정도는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빨간펜’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이날 전체 오류를 다 공개하지는 않았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국·검정 혼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중단하고 올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새롭게 마련한 뒤 내년부터 2년 동안 검정교과서를 충실히 만들 수 있도록 한다면 남은 부분의 공개는 물론 좋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교육연대회의는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가 연대한 모임이다. 교육부는 최종본에서 발견된 오류는 다음달로 예정된 연구학교 보급 전 수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2017-02-03> 경향신문
☞기사원문: “국정교과서 최종본 ‘한국사’ 한 권에서만 오류 653개 발견”
※관련기사
☞한겨레: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 653곳서 오류”
☞YTN: “국정교과서 고등 한국사 최종본에 653건 오류”
☞세계일보: [이슈플러스] 학생들은 650건의 한국사 오류를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프레시안: 국정 교과서 최종본, 오류가 무려 653건
☞이데일리: 역사교사들 “국정교과서 최종본, 오류만 653건”
☞뉴시스: 고교 한국사 최종본 오류만 653건…”사실오류·부적절한 서술 수두룩”
☞연합뉴스: “국정교과서 고교 한국사 최종본에 오류·편향서술 650건”
☞민중의소리: ‘수정 마친’ 국정교과서 최종본, 오류 653건
☞통일뉴스: 오류투성이 국정 역사교과서, 고교 책만 653개
※관련영상